이번 발언은 돌출발언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미국은 대북 압박 속에서도 대화의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미 외교안보팀은 지난달 26일 합동성명에서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다음 날 “북한과 직접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말은 널뛰기 발언이 아니다. 미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관된 흐름이 확인된다. 미국 이익에 부합하면 선제공격이든 대화든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정부의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 일본과의 공조를 놓고 보면 그런 소지는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어제 “4월의 민감한 시기는 지나갔다”며 “중·미의 협력 덕분”이라는 사평을 게재했다. 미·중이 북핵·경제를 두고 밀월관계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공개 전화를 또 했다. 올 들어 6번째 통화다.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북핵의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전화를 통한 긴밀한 협의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사드 비용 청구서를 들이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압박한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후보라면 당연히 실질적인 대응책을 말해야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공방만 이어진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억달러를 내도 사드 배치에 찬성하느냐”고 소리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드 장비를 안방에 도둑 숨어들 듯 배치했다”고 강변했다. 그러고선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 다른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략은 없고 정략만 춤을 추는 형국이다.
이런 식으로는 발등에 떨어진 트럼프 리스크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없다. 대선후보들은 정략적인 안보 논란을 그만두고, 외교안보의 역풍을 어찌 이겨낼지 구체적인 방안부터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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