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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돌아온 정치풍자… 대선판 달구는 '패러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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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2 18:59:42 수정 : 2017-05-02 21: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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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박’시대 달라진 풍속도/후보들 패러디 배우들 직접 만나며/ 열린 정치인 어필하고 차별화 행보/‘홍찍문’ ‘심찍안’ 등 신조어도 범람/ 외모·성격 등 빗댄 별명도 큰 인기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웃음에 민망함이 가득했다. 홍 후보 곁에는 빨간색 재킷을 입은 개그우먼 정이랑씨가 섰다. 정씨는 tvN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정치풍자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에서 홍 후보를 패러디한 ‘레드준표’를 연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대청년오디션 미운우리프레지던트509’에 참석해 티비엔 예능 ‘SNL 코리아9’에서 `레드준표’역을 맡은 개그우먼 정이랑씨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 후보와 정이랑씨는 평소 홍 후보의 습관을 포즈로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문재수’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 김민교씨를 만났다.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문 후보의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에 착안해 “웃음이 먼저다”라고 외쳐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 코너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찰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유목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심불리’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자신을 패러디한 캐릭터를 직접 만나는 것은 ‘열린 정치인’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에서 같은 프로그램의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정치권의 환영을 그리 받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 패러디, 후보들의 별명, 대선 정국을 빗댄 신조어 등이 19대 대선의 열기를 한껏 달구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를 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젊은 층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풍자가 단순한 재미가 아닌 공론의 장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각 후보의 외모, 유세방식 등을 빗댄 별명이 많은 게 눈에 띈다.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 패러디한 대선후보 포스터. 사진 편집상 편의를 위해 실제 대선후보의 지지율 순서대로 위 왼쪽부터 오른쪽 아래로 배열했다.
tvN 제공

안 후보는 ‘루이 안스트롱’이란 별명을 얻었다. 안 후보가 유세를 하며 내는 성대를 긁는 쩌렁쩌렁한 발성이 미국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를 연상시켜 네티즌들이 붙여준 것이다. 안 후보가 걸걸한 목소리로 ‘○○한 후보, 누굽니꽈~~!!!’하는 것도 자주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유 후보는 딸 유담씨의 빼어난 미모 덕에 ‘국민장인’으로, 심 후보는 쌍꺼풀 없는 눈이 배우 김고은씨를 닮았다 해서 ‘2초 김고은’으로 불린다. 각 후보 진영은 치열한 여론·홍보전에 이런 별명을 적극 활용한다.
과거 대선과 달리 진보·보수 후보 간 물고 물리는 역학관계를 담은 신조어도 많다.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을 비롯해 ‘심찍안’(심상정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 ‘유찍문’(유승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되니 홍준표 찍어라) 등이다. 각 후보 캠프가 생각해 낸 선거 프레임이자 유권자들이 대선지형을 읽어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정치 풍자에 경직된 태도로 일관했던 박근혜 정권 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해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대선이다 보니 패러디, 신조어 생산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후보들의 정책이나 소신, 공약 등이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공론의 장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보장돼야 하며 단순한 유희용이 아닌 ‘폴리테인먼트’(정치 예능)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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