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대청년오디션 미운우리프레지던트509’에 참석해 티비엔 예능 ‘SNL 코리아9’에서 `레드준표’역을 맡은 개그우먼 정이랑씨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 후보와 정이랑씨는 평소 홍 후보의 습관을 포즈로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문 후보의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에 착안해 “웃음이 먼저다”라고 외쳐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 코너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찰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유목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심불리’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자신을 패러디한 캐릭터를 직접 만나는 것은 ‘열린 정치인’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에서 같은 프로그램의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정치권의 환영을 그리 받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 패러디, 후보들의 별명, 대선 정국을 빗댄 신조어 등이 19대 대선의 열기를 한껏 달구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를 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젊은 층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풍자가 단순한 재미가 아닌 공론의 장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각 후보의 외모, 유세방식 등을 빗댄 별명이 많은 게 눈에 띈다.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 패러디한 대선후보 포스터. 사진 편집상 편의를 위해 실제 대선후보의 지지율 순서대로 위 왼쪽부터 오른쪽 아래로 배열했다. tvN 제공 |
안 후보는 ‘루이 안스트롱’이란 별명을 얻었다. 안 후보가 유세를 하며 내는 성대를 긁는 쩌렁쩌렁한 발성이 미국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를 연상시켜 네티즌들이 붙여준 것이다. 안 후보가 걸걸한 목소리로 ‘○○한 후보, 누굽니꽈~~!!!’하는 것도 자주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유 후보는 딸 유담씨의 빼어난 미모 덕에 ‘국민장인’으로, 심 후보는 쌍꺼풀 없는 눈이 배우 김고은씨를 닮았다 해서 ‘2초 김고은’으로 불린다. 각 후보 진영은 치열한 여론·홍보전에 이런 별명을 적극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정치 풍자에 경직된 태도로 일관했던 박근혜 정권 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해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대선이다 보니 패러디, 신조어 생산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후보들의 정책이나 소신, 공약 등이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공론의 장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보장돼야 하며 단순한 유희용이 아닌 ‘폴리테인먼트’(정치 예능)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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