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막는 족쇄 못 없애면
일자리 창출 공염불되고 말 것 우리 기업의 해외 탈출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상의가 어제 내놓은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는 2005년 53만3000개에서 2015년 162만5000개로 3배 이상 불어났다. 반면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만든 일자리는 같은 기간 19만9000개에서 27만1000개로 늘었을 뿐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 일자리가 7만개 느는 사이 해외로 109만개의 일자리가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되레 줄었다. 2011∼2015년 외국인 투자 총액은 464억달러로, 직전 5년보다 2.8% 감소했다.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국내 일자리는 늘어날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1996년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지은 적이 없다. 온갖 규제와 강성 귀족노조가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러니 사상 최악의 실업률이 계속되고,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에선 망했다)’이라고 한탄하는 게 아닌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였다. 우리 기업을 해외로 내몬 척박한 투자 환경이 낳은 업보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의 발길을 어찌 돌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소리치는 대선후보라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들에게선 그런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전가의 보도인 양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상 공약만 외친다. 규제를 양산하고, 기업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소리다. 그나마 남아 있던 기업마저 해외로 나가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와는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고용 창출을 위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만 해도 법인세를 15%로 내리고, 강력한 규제개혁에 들어갔다. 규제 하나를 만들면 둘을 없애는 ‘원 인, 원 아웃(one-in, two-out)’ 정책을 추진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규제 개혁이다. 그 결과는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외국기업의 투자도 줄을 잇는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일자리가 남아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일자리를 골라 갈 정도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 투자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런 단순한 경제원칙을 무시해선 안 된다. 공공 일자리나 청년수당 지급과 같은 포퓰리즘 공약에 관심을 쏟으면 후유증만 커질 뿐이다. 대선후보들은 청년백수들의 눈물을 진정으로 닦아주기를 원한다면 대한상의의 ‘일자리 유출 보고서’라도 일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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