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나면 어떻게 되나요? 다시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설마 또 쓰는 건 아니겠죠?”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모(30)씨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썼던 볼펜 모양의 기표용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했다. 선거가 끝나면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길이 도저히 없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본 결과 “전량 폐기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개입찰이어서 한 납품업체가 선거마다 도전할 수 있는데, 만약 이전 선거와 똑같은 업체가 기표용구 납품업체로 지정되더라도 같은 기표용구를 쓸 수는 없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선거가 끝나고 기표용구를 모두 폐기하는 이유다.
기표 반복에 따른 잉크 미세번짐 등의 우려도 있어서 한번 쓴 용구를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점도 이유로 지목된다.
폐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망치로 깨부수거나 폐기물 업체에 맡긴다. 조각난 기표용구를 모두 소각하면 폐기 절차는 완료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선관위 관계자는 “총선 후 기표용구를 폐기물 처리업체에 맡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8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한윤종 기자. |
지난해 총선 당시 낙찰된 스탬프 전문기업 그린피앤에스의 기표용구는 1개당 2800원이라고 선관위 관계자가 세계일보에 설명했다. 당시 납품 규모가 9만여개였으니 선거 후 소각을 거쳐 최소 2억5000만원이 불꽃에 사라진 셈이다.
더 나은 선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자원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 판단에 따라 낮다면 낮을 수도 높다면 높을 수도 있는 금액이다. 기표용구 1개당 가격을 낮추거나 재활용 방안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의 투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선관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일본은 선거인이 후보자 이름이나 정당명을 투표용지에 써넣는 자서식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힌다. 유권자 의사가 정확히 전달돼 투표의 유효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문맹자의 투표를 제한하는 성격이 강하고 개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후보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다 잘못 적으면 무효표가 될 수 있어서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안내문이 있다고 선관위는 설명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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