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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시대의 부름을 받고 정치에 발을 디뎠다. 등 떠밀려 정치를 시작하다 보니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권력의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이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지켜본 문희상 의원은 “모든 능력과 모든 덕목을 다 갖췄어도 마지막에 남는 건 권력의지가 센 사람이 이긴다”고 말했다. ‘백면서생’ ‘범생이’ 소리를 듣던 두 사람이 누구 못지않은 ‘권력의지’를 갖고 19대 대선에서 맞붙었다. 문재인은 용띠이고 안철수는 호랑이띠이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어도 용과 호랑이의 싸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두 사람은 한때 한솥밥을 먹었다. 안철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며 대선후보를 양보했다. 다시 합쳐 당도 함께했다. 그러나 곡절을 겪을 때마다 감정은 쌓였고, 점점 더 물과 기름이 됐다.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다. 측근들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저런 설명과 추측이 추가될수록 악담이 늘어나고 원망이 깊어진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다. 이념도 노선도 별 차이가 없다. 두 후보의 대선 공약도 오십보 백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다시 선거판에서 만나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입만 열면 저주를 퍼붓는다. 안 후보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보수의 희망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찍어 주십시오.” “만약 진보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게 좋다는 분들은 심상정 후보를 찍어주세요” 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은 절대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불구대천 원수’를 해소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통합을 얘기한다. 상대를 포용하지 못하면서 무슨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장미대선에서 누가 웃든 한쪽을 내치면 다시 과거다. 선거는 선거고 미래는 미래다. 지난날은 쿨하게 잊고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이제라도 벼랑 끝 질주는 멈추는 것이 좋겠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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