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맞붙는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3일 대선 전 처음이자 마지막 양자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라플랑생드니=AFP연합뉴스 |
AP통신은 3일 오후 9시(현지시간)부터 자정 무렵까지 이어진 두 후보의 TV토론이 ‘소리치기 대회’처럼 변했다고 4일 전했다. 커다란 원탁의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은 프랑스 우선주의와 국경 폐쇄, 유럽연합(EU) 탈퇴 등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첫 주제는 마크롱의 전공인 경제. 10%에 달하는 실업률 해법을 놓고 마크롱은 “이자 부담을 줄여 중소기업의 사업 확대를 꾀하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개방경제와 기업규제 완화 등을 주장했다. 외국 노동자 고용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르펜이 국부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마크롱이 끼어들어 “이미 있는 제도”라면서 경제 정책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에 르펜은 마크롱이 24살 연상의 교사와 결혼한 것을 빚대 응수하고는 “10초마다 끼어드는데, 아무래도 화난 것 같다”고 공격했다.
르펜은 마크롱을 ‘대기업과 금융업계 시종’이라고 지칭하며 “영혼도 없는 냉혈한 자본가이자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라고 몰아세웠다.
마크롱도 “르펜이 대변하는 극우 민족주의는 국민의 분노와 공포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껍데기 술수”라며 “당신은 항상 거짓말만 할 뿐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EU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르펜은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거듭 공언했고, 마크롱은 EU 잔류와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했다. 르펜이 “매년 90억유로를 EU에 내는데 탈퇴하면 이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마크롱은 “90억유로가 아니라 60억유로이고, EU를 탈퇴해도 이 돈을 모두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르펜이 프랑화를 재도입하고 유로화는 대기업 간 국제 결제에만 사용하겠다는 주장을 펴자, 마크롱은 중간에 말을 끊고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에 르펜은 “어찌 됐든 프랑스는 내가 아니면 메르켈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품 안에서 놀아날 것이라고 조롱한 것이다.
테러 문제와 관련해 이슬람 극단주의 색출을 약속한 르펜은 “마크롱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굴복했다. 그는 테러에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종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은 “르펜 계획대로라면 내전이 불가피하다.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마크롱보다 9살이 많고 두 번째 대권 도전인 르펜은 마크롱이 말할 때 종종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도발했다. 마크롱도 르펜이 말할 때 턱에 손을 괴고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등 심리전이 치열했다. TV토론 직후 여론조사기관 엘라베와 BFMTV의 공동설문에서 응답자의 63%는 마크롱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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