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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속의 선거] “장애인 시설 내 참정권 침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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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4 18:23:03 수정 : 2017-05-04 22: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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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장애인 탈시설운동가 여준민씨 “만일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마을에서, 자신이 태어난 동네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 것도 그때였으니까요.”

2000년 장애인시설 내 부정투표 의혹을 세계일보에 처음 제보했던 여준민(43) 당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되돌아보니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4일 회고했다.

세계일보는 여씨의 제보와 시설 장애인들의 증언,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2000년 12월14일자에 ‘장애인 부재자투표 부정 파문’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2000년 4월 제16대 총선과 10월 지방선거에서 대전의 한 시설 장애인들의 참정권이 조직적으로 유린됐다는 내용의 보도로, 검·경의 수사와 법원 판결로 최종 확인됐다. 장애인시설 내의 부재자투표 부정이 처음 확인된 사건으로, 이후 장애인시설은 물론 각종 시설 내의 참정권 보호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세계일보와 함께 시설 장애인들의 참정권 문제를 앞장서 제기했던 여준민씨는 4일 “탈시설이 이뤄지면 반인권적 역사가 종식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여씨는 이후 2005년부터 활동가 5명과 함께 시민단체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을 만들어 장애인들의 탈시설 및 자립생활 운동을 펴고 있다. 다음은 여씨와의 이메일 일문일답.

―사건 이후 세상은 바뀌었는가.

“가장 큰 변화는 시설 내 투표 부정을 증언해준 장애인 조영일씨다. 그는 장애인들이 자립해 살아가는 원주의 ‘작은집’에서 생활하면서 삶이 180도 변했다. 제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엎드려 휠체어를 타야 했던 그는 지역사회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앉아서 생활이 가능해졌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사이버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고, 현재 ‘작은집’에서도 나와 혼자 독립해 살고 있다. 성격도 바뀌었다. 옛날엔 짧은 단문만 구사하던 그가 이젠 농담 따먹기의 달인이 됐다.”

―대통령선거나 정치는 장애인에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선거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정치 포기를 왜 하는가! 그건 우리 삶과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정치혐오는 나를 버리는 것이다. 지금 장애계는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많은 후보가 채택했다.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나아가 정치인들은 서구에서 1950, 60년대 시작된 ‘탈시설 정책’이 왜 한국 사회만 외면하는 정책이 되고 있는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얼마 전에도 노인 및 장애인시설 등에서 심각한 대리투표 의혹이 보도됐다. 시설이 존재하는 한 시설 장애인들의 참정권은 또다시 침해당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꼭 이뤄졌으면 하는 장애인 정책공약을 말해달라.

“과제가 너무 많고, 우리의 장애인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시설 폐쇄 및 탈시설 전환정책 수립’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탈시설 정책은 반인권적 역사의 종식이며 새롭고 건강한 상식을 만들어나가는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시설 자체가 인권침해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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