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떠나자”… 인천공항·서울역 투표 인파로 ‘북적’ / ‘엄지’·‘브이’·‘OK’ 인증샷 경쟁
◆ “찍고 떠나자”… 인천공항·서울역 투표 인파로 ‘북적’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실시되는 사전투표는 선거일인 9일 투표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린다. 선거일이 황금 연휴 기간과 맞물려 있어 사전투표율은 정치권이 주목하는 변수다. 4, 5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4일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 참여 열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여행도 좋지만 무엇보다 투표가 중요하다”며 투표소를 찾았다. 생애 첫 대선 투표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한 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공항과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3층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는 투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 6시부터 유권자들이 대거 몰리며 북적였다. 시민들은 저마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3열로 줄을 서서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투표 대기시간만 40여분. 이날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까지 85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인천공항 투표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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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도 98세 할머니도 독도경비대원도…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전국 각지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왼쪽 사진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투표소에서 대선 홍보대사로 위촉된 산들, 진세연, 장나라, 정애리, 윤주상, 김연우(왼쪽부터)가 사전투표하는 장면이다. 제주시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98세 홍순 할머니(가운데)와 독도 접안지에 마련된 임시 투표소에서 한 독도경비대원이 투표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5일 오후 6시까지 가까운 투표소 어디서나 신분증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남정탁 기자, 제주·독도=연합뉴스 |
일본으로 출국하는 여행객 이모(24·여)씨는 “여행도 중요하고 출국 수속으로 바쁘지만 무엇보다 투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투표소를 찾았다”며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놀라워했다. 인천공항은 사전투표로 시간을 쓴 여행객들이 빨리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패스’를 지급하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서울역 투표소도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이모(25)씨는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투표를 하려고 한다”며 “생각보다 줄이 길지만 이왕 마음먹고 왔으니 30분 정도 기다려서라도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투표소를 찾은 이모(21·여)씨는 생애 첫 투표를 위해 귀향 일정을 늦췄다고 말했다. 이씨는 “연휴에 대구 고향집에 내려가는데 주소지를 서울로 옮겨놔서 대구에서는 투표할 수 없다”며 “어제(3일)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투표 때문에 일정을 하루 늦췄다. 홀가분하게 연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취업 준비로 연휴를 즐길 여유가 없는 최모(26)씨는 “고향인 창원으로 갈 수 없어서 학교 근처 투표소를 찾았다”며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10명은 전남 목포시 북항동 투표소를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후보 시절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열띤 분위기 속에 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발생했다. 제주도와 경기도 용인에선 각각 4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수원에선 선거사무원이 건네준 돋보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운 50대가 불구속 입건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아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공항과 기차역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서울과 달리 대구·대전·부산·광주·부산의 경우 공항과 기차역, 고속버스터미널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았다. 전체 사전투표소 중 절반이 넘는 1817곳이 1층이 아닌 곳에 설치돼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 ‘엄지’·‘브이’·‘OK’ 인증샷 경쟁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온라인상에는 ‘인증샷’과 ‘투표독려’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대통령 선거부터는 특정 후보를 연상케 하는 손가락 포즈를 인증샷으로 찍어 올려도 되기 때문이다.
이날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지지 후보에 따라 손가락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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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전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손등에 투표도장을 찍은 인증샷을 내보이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1번을 뜻하는 엄지손가락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자들은 2번을 상징하는 ‘V’를 그려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자들은 손가락 세개를 펴는 ‘OK’ 표시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자들은 각각 손가락 4개와 5개를 폈다. 특별히 지지 후보를 드러내지 않고 도장 인주가 찍힌 손등 사진을 올린 시민들도 상당했다. 이는 투표소 앞 ‘셀카’만 찍어 올릴 수 있던 지난해 총선 때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다만 기표소 내부, 투표용지 촬영 등은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인증샷이 올라오면 “나도 숙제하러 간다”, “5분도 안 걸린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사전투표 행렬에 동참했다.
각 정당과 유명 연예인들도 투표 독려에 힘을 쏟았다. 문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사전투표율이 25%가 넘으면 홍대 거리에서 여러분을 꼭 안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제가 약속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실 거죠”라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측은 페이스북에 사전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홍 후보를 찍은 이유를 댓글로 남기는 이벤트를,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백신 프로그램에 착안해 “투표(Vote)하고 휴가(Vacation)가면 승리(Victory)한다”는 ‘V3 캠페인’을 벌였다. 배우 장나라, 진세연 등 연예인들도 사전투표를 하거나 인증샷을 올렸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으로 상금 500만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에는 수만명이 참가했고 일부 업체는 사전투표 후 인증샷을 올리면 상품권이나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김범수·남정훈·이창훈·박현준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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