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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논란 많았던 박근혜표 무기도입, 차기 정부서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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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7 09:00:00 수정 : 2017-05-14 1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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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사용하는 무기를 도입하는 사업 중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대부분 논란의 한복판에서 여론의 질타와 지지라는 엇갈린 반응을 받아왔다. 노태우 정부에서의 KF-16 전투기 도입, 김영삼 정부 하에서 스캔들로 비화된 금강백두 정찰기 사업, 김대중 정부에서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차 차기전투기(F-X)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4년 동안 달라진 것은 해외 무기 도입 사업 뿐만 아니라 국내 개발 사업도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이다.

F-35 전투기는 도입 결정 당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이전 문제를 놓고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를 도입하게 되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으로 이전받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은 당시 군 안팎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같은 문제점은 2015년 하반기 미국 정부의 ‘핵심 기술 이전 불가’ 통보로 인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군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도로 체계개발이 진행중이지만 개발 성공 여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같은 시각이 대선 후 집권할 차기 정부에도 반영될 경우 대형 무기도입 및 개발 사업들을 대상으로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KF-X 상상도. 2030년대부터 본격적인 작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KAI 제공
◆‘KF-X 국산화율 65%’ 목표 달성 쉽지 않아

2026년까지 8조원을 투입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인 KF-X는 국산화율을 65%(가격기준)으로 설정하고 지난해부터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2019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1년부터 시제기 6대를 출고해 시험비행을 거쳐 2026년 개발을 완료한 뒤 2032년까지 9조3000억원을 투입해 120대를 양산, 공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지만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설정한 ‘KF-X 국산화율 65%’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F-X 엔진은 지난해 미국 GE의 F414-GE-400 엔진이 선정된 상태다. 초기에는 제작사에서 직접 도입하되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한 부품을 장착한 엔진이 납품될 예정이다. KF-X의 눈 역할을 맡을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이스라엘 엘타가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엔진과 AESA 레이더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산화율 65%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할 때 전체 가격의 30% 정도를 엔진이, 30%는 레이더가 차지한다. KF-X 국산화율 목표 달성의 핵심이 엔진과 레이더에 있는 셈이다. 엔진은 항공기 엔진 정비와 GE와의 협업 경험이 많은 한화테크윈이 국내 협력사로 선정된데다 기술이전도 받을 예정이다.

ADD가 2010년대 초 개발했던 AESA 레이더 시제품. 기초적인 수준의 기술검증은 이뤄졌지만 레이더를 전투기에 장착해 통합하는 과정은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 ADD 제공
반면 AESA 레이더는 국내에서 개발해본 경험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때문에 해외 선진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 기술협력을 맡은 이스라엘 엘타는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과 레이시온을 제외하면 AESA 레이더 개발 및 전투기 통합 경험이 있는 프랑스 탈레스와 스웨덴 사브는 참여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사브는 ADD가 설정한 비용으로는 프로젝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고, 탈레스는 높은 비용을 제시해 탈락했다”며 “엘타는 ADD가 제시한 비용의 절반 수준을 제안해 협력업체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엘타는 AESA 레이더 개발이 성공해 KF-X에 탑재되면 관련 기술과 경험에 금전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고, 개발이 실패해도 경험을 축적할 수 있으니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개발 경험 부족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다보니 군 당국의 국산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AESA 레이더 개발이 실패하면 미국이나 유럽제를 구매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공군 FA-50 경공격기에서 매버릭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KF-X의 전자장비 통합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ADD가 개발한 레이더와 한화시스템 및 LIG 넥스원이 개발한 전자장비, KAI가 개발하게 될 임무컴퓨터를 통합해 조종석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띄워야 한다. 통합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디스플레이에 잘못된 정보가 표시되거나 원인 불명의 오류로 셧다운될 가능성도 있다. 2014년 인도 공군의 러시아제 Su-30MKI는 비행 도중 임무컴퓨터에 결함이 발생하고 조종석 디스플레이가 꺼지는 사고가 빈발해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인도측은 러시아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러시아 측이 즉각적인 조치를 미루면서 200여대의 Su-30MKI 중 절반이 비행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F-35도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소프트웨어 결함을 시정하는데 수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우리나라도 KF-X 개발 및 운용과정에서 인도나 미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F-X에 장착할 무장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KF-X에는 AIM-120, AIM-9X 등 미국제 공대공 미사일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F-35A, F-15K, KF-16 등 기존 전투기에도 쓰인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제 무장을 선호하지 않는 국가에 는 KF-X를 수출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유럽제 항공무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해군의 P-8A 해상초계기. 성능은 우수하나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보잉 제공
◆ 방위사업 전반에 걸친 수술 이뤄질까

KF-X 외에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업으로는 해상초계기 도입이 거론된다.

해상초계기 사업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수년전부터 해상초계기 20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후보로 떠오른 미국제 S-3 해상초계기를 놓고 “미국 해군에서 완전히 퇴역한 중고기를 도입하면 오래 쓰지 못하고 퇴역시켜야 하며, 운영유지비도 많이 든다”는 반대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무기중개상과 국내외 방산업체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결국 군 당국은 소요를 12대로 줄이고 지난 3월 외부 기관에 사업 추진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가을쯤 완료될 예정인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사업추진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력 후보인 미국 보잉의 P-8A 대당 가격이 1억2500만달러에 달해 차기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일환으로 개발될 예정인 특수작전용 무인기, 500MD 헬기를 국내 개발 헬기도 대체하는 육군 LAH 사업 등도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군의 리퍼 무인기. 우리 군과 정보당국도 이와 유사한 무인기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획득체계 재조정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은 방위사업 비리 척결이나 획득체계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무부서인 방위사업청을 중심으로 획득체계 개편이나 각 군의 무기 소요 검증 강화 등이 진행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가 방위사업 비리를 차단하겠다며 방위사업청에 신설한 방위사업감독관의 경우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존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가) 무기 사업 전 과정을 검증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방위사업감독관만 장악하면 방위사업청은 청와대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방위사업감독관은 박근혜표 정책이지만 무기도입 사업 전반을 감독하기 위해 차기 정부에서도 그 역할은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무기도입사업과 관련된 제도 개선 향방은 정부의 정책 의지가 어느 정도로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군 장악의 일환으로 무기 소요를 검증하고 예산 증가폭을 제한하며 방위사업청을 국방부로 편입시키는 내용의 국방 획득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서북도서 방어를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긴급 사업에 투입해 해외 업체의 ‘호구’ 노릇을 자처했다. 미래기획위원회 주도로 2010년 ‘국방산업 G7 전략’을 수립해 방위산업 육성을 꾀했지만 정책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문화됐다. 박근혜 정부는 대형무기도입 사업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당국이 해명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대선 후보들은 잘 인식하고 있고 캠프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무기도입사업에 대해 얼마나 강한 개혁의지를 갖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국방 획득체계 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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