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천 부평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난 지도·홍보계 임소정(28·여) 주임은 3층 대회의실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투표지 분류기 내부 스캐너의 모습. 투표용지가 스캐너를 통과하면 분류기는 즉시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저장하는 동시에 기호별로 분류한다. |
투표지 분류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투입구에 투표용지 뭉치를 가로로 세워서 넣는다. 분류기는 투표용지를 1분에 180장씩 빨아들여 내부의 스캐너를 통과시킨다. 투표지 분류기는 이때 해당 투표용지가 어떤 후보의 것인지를 파악한 뒤 기호별로 분류한다. 만약 특정 후보의 표가 50장 모이면 램프에 빨간불이 켜지고 투표지 분류기는 일시 정지된다. 개표원은 해당 후보의 표를 분류기에서 꺼내 고무줄로 묶게 되며 분류기는 다시 작동된다. 분류를 마친 이 기계는 마지막으로 각 후보별 득표 수를 정리해 내장된 프린터로 출력함으로써 임무를 마친다.
투표지 분류기가 투표용지를 인식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도장이 흐리게 찍혔거나 기표란에 정확하게 도장이 찍히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럴 땐 심사집계부의 논의를 거쳐 특정 후보의 유효표로 처리하거나 규정에 따라 무효표로 처리한다.
투표지 분류기는 보안카드를 넣은 뒤 ‘인증서 암호’와 보안카드의 암호를 입력하는 등 3중 보안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
개표작업은 투표지 분류기로 끝나지 않는다. 2차로 심사집계부에서 각 후보표를 다시 한 번 세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심사 계수기’다. 은행에서 지폐를 셀 때 사용하는 기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심사 계수기는 어떤 후보의 기표란에 도장이 찍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투표용지를 센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계수기가 투표용지를 한 장씩 떨어뜨리며 세는 것을 보면서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 있는 것을 참관인이 확인해 얼마든지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2중으로 집계해도 선거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것은 개표 부정 의혹이다. 이에 대해 박현주 지도·홍보계장은 “공무원도 시민이고 각각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며 “수백명이 현장에서 지켜보는데 어떻게 개표 부정을 할 수 있나.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임 주임도 “모든 투표용지를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저장한 뒤 당선자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증거로 보관하기 때문에 개표 부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투표 재검표로 당락이 뒤바뀐 사례는 없다. 2002년 16대 대선 유력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패한 뒤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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