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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전자개표기’ 아니죠, ‘투표지 분류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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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7 15:54:38 수정 : 2017-05-07 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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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자 개표 시스템을 두고 있지 않아요. ‘투표지 분류기’로 각 후보별 투표용지를 말 그대로 분류만 하는 거죠.”

지난 5일 인천 부평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난 지도·홍보계 임소정(28·여) 주임은 3층 대회의실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투표지 분류기 내부 스캐너의 모습. 투표용지가 스캐너를 통과하면 분류기는 즉시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저장하는 동시에 기호별로 분류한다.
임 주임은 “지난달 개봉된 영화 ‘더 플랜’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전자 개표기’라고 언급한 부분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전자 개표를 한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 분류기는 투표용지를 50장씩 끊어서 세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지 분류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투입구에 투표용지 뭉치를 가로로 세워서 넣는다. 분류기는 투표용지를 1분에 180장씩 빨아들여 내부의 스캐너를 통과시킨다. 투표지 분류기는 이때 해당 투표용지가 어떤 후보의 것인지를 파악한 뒤 기호별로 분류한다. 만약 특정 후보의 표가 50장 모이면 램프에 빨간불이 켜지고 투표지 분류기는 일시 정지된다. 개표원은 해당 후보의 표를 분류기에서 꺼내 고무줄로 묶게 되며 분류기는 다시 작동된다. 분류를 마친 이 기계는 마지막으로 각 후보별 득표 수를 정리해 내장된 프린터로 출력함으로써 임무를 마친다.

투표지 분류기가 투표용지를 인식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도장이 흐리게 찍혔거나 기표란에 정확하게 도장이 찍히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럴 땐 심사집계부의 논의를 거쳐 특정 후보의 유효표로 처리하거나 규정에 따라 무효표로 처리한다.

투표지 분류기는 보안카드를 넣은 뒤 ‘인증서 암호’와 보안카드의 암호를 입력하는 등 3중 보안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임 주임은 “개표를 하다보면 도장을 여러 번 찍어서 하트 모양을 만든다거나 손가락 욕설을 나타내는 모양을 만드는 등 별의별 투표용지를 만나게 되더라”며 “이번엔 그런 표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표작업은 투표지 분류기로 끝나지 않는다. 2차로 심사집계부에서 각 후보표를 다시 한 번 세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심사 계수기’다. 은행에서 지폐를 셀 때 사용하는 기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심사 계수기는 어떤 후보의 기표란에 도장이 찍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투표용지를 센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계수기가 투표용지를 한 장씩 떨어뜨리며 세는 것을 보면서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 있는 것을 참관인이 확인해 얼마든지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2중으로 집계해도 선거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것은 개표 부정 의혹이다. 이에 대해 박현주 지도·홍보계장은 “공무원도 시민이고 각각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며 “수백명이 현장에서 지켜보는데 어떻게 개표 부정을 할 수 있나.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임 주임도 “모든 투표용지를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저장한 뒤 당선자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증거로 보관하기 때문에 개표 부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투표 재검표로 당락이 뒤바뀐 사례는 없다. 2002년 16대 대선 유력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패한 뒤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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