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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가 부활된 이래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87년 13대 대선이었다. 무려 89.2%. 군인출신의 노태우와 한국의 현대정치를 주무른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격돌한 데다 호남, 부산, 충청 유권자가 후보 출신지별로 나눠 응원하면서 열기가 뜨거웠다. 대선 3대 요소는 구도와 바람, 인물인데 구도가 가장 선명한 선거였다. 쟁쟁한 3김은 분열한 것도 모자라 이념 대결과 지역별 대립 구도로 짜인 판을 극복하지 못해 참담하게 패배했다.

가장 극적인 선거는 2002년 치러진 16대 대선. 대선에 재수한 이회창이 중반까지 압도했지만 노무현이 정몽준과 연대하면서 종반에 구도가 급반전했다. 투표 전날 밤 정몽준이 연대를 깨면서 판세는 다시 오리무중. 노무현은 포기하는 심정이었고 이회창은 투표일 오후 2시까지도 이기는 것으로 여겼다. 한 라디오 방송의 국회팀장이 “이회창 승리”로 회사에 정보보고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으니. 그러나 오후에 젊은층이 늦은 점심 먹고 투표장에 몰려들면서 노무현이 웃었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9대 대선도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대형 공약과 선거판을 뒤흔드는 이슈, 정치공학적 연대와 후보 사퇴 등 깜짝 뉴스가 없는데도 그렇다. 지역 대결이나 이념 대립 구도가 약해진 것이 요인이겠지만 4, 5위 후보의 선전이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TV 토론에서 후보들 역량이 한눈에 드러나면서 유권자의 시야가 넓어졌다. 사전투표율이 26.06%로 높게 나온 것도 그 영향이 큰 것 같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새삼 투표 결과가 기다려진다. 이를테면 마지막 여론조사와 성적표가 얼마나 차이 날지, 1위 득표율은 얼마일지, 깜깜이 선거 기간 동안 누가 치고 올라갈지, 2등은 누구일지, 2·3위 표차는 얼마나 날지, 바른정당 탈당파 소란으로 순풍을 탄 유승민은 몇 %를 얻을지, 민주당 견제에도 심상정은 10% 벽을 무사히 넘을지 알고 싶다. 이념과 지역 대결이라는 낡은 구도가 퇴색한 선거는 이렇게 재밌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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