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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 경쟁 속 보수 표심 표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야야(野野) 경쟁’ 구도로 짜였다. 선거 막판 홍 후보 측이 보수층 집결을 시도하며 맹추격했지만 이전 대선들과 비교하면 보수 후보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5당 대선후보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사회분야 주제 TV토론회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
야야 대결 구도가 펼쳐지면서 보수 표심의 향방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기존의 ‘진보 대 보수’ 구도가 무너지면서 전통적인 이념·지역적 대결 양상이 완화됐다. 반면 세대 간 경쟁이 더욱 뚜렷해지면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모양새다.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50대 청·장년층에게, 보수 성향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토론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면모를 보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선거 막판 20~30대 젊은 지지층의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유력 주자들이 대선을 완주하면서 기존 대선에서 막바지 판세를 좌지우지했던 후보 단일화가 사라졌다.
◆“예전의 ‘TV토론’ 아냐”
이번 5·9 대선은 유례없는 조기 대선으로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할 시간도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 대선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던 ‘TV토론’이 이번 대선에선 판을 흔들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5당 후보들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6차례의 TV토론을 소화했다.
도보 유세 생중계한 안철수 후보. |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 ‘양자구도’까지 형성했던 안 후보는 몇 차례 토론회에서 유권자의 기대에 못 미치며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고, TV토론에서 뚜렷한 색깔을 보여준 홍 후보는 지지율이 10%대로 진입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각 후보의 자질과 정책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이번 대선의 특성상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을 직관적으로 살필 수 있었던 TV토론이 유권자의 중요 판단 잣대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해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일번가` 홈페이지 캡처. |
文 부인, 어르신 큰잔치 참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에서 열린 어르신 큰잔치에 참석해 노인 유권자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
洪 부인, 어시장 방문 지지 호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씨가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을 방문해 홍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安 부인, 체육관서 한표 당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선거는 ‘SNS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SNS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각 후보들은 지역 유세나 기자회견, 정책 발표 등 각종 행사를 편집 없이 실시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페이스북의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 4일부터 4박5일간 ‘걸어서 국민 속으로’ 도보 유세를 펼친 안 후보의 페이스북 도달수(클릭은 하지 않고 피드에 노출된 사용자 수)는 874만여건에 달했고, 문 후보 측은 정책홍보 사이트인 ‘문재인 일번가’ 플랫폼을 개발해 일반 유권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인하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SNS상에 각 후보자를 겨냥한 허위사실과 비방이 포함된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며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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