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노인은 주로 60대까지 일을 한다.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다. 국가 경제의 기반인 어업 종사자들의 인식과 사회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다. 반면 한국 노인들은 70대를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일한다.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고용률은 아이슬란드에 이어 OECD 2위, 7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1위로 나타났다.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수준으로 높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생계 불안을 더욱더 오래 짊어져야 하는 한국 노인의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우리나라의 75세 이상 고용률은 월등히 높았다. 2위인 멕시코(17.0%)를 제외하면 OECD 회원국은 모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일본(8.3%), 포르투갈(6.6%), 뉴질랜드(6.1%) 등의 순이다. 독일(1.8%), 벨기에(1.2%), 프랑스(0.5%), 덴마크(0.0%) 등 유럽에서는 일하는 75세 이상 노인이 100명 중 1명 수준이었다. OECD 평균은 4.8%다.
반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9.6%로 2위인 이스라엘(24.1%)보다도 2배 이상 높았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도 못 미치는 노인이 전체의 절반인 것이다. 이 수치는 그나마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포함한 것으로, 이를 제외한 시장소득만을 기준으로 하면 노인빈곤율은 63.3%로 치솟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55∼79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도 일을 하겠다는 응답률은 61.2%로 이들의 58%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국은 연금, 복지제도의 역사가 짧고 보장 수준이 약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에 뛰어든 노인이 많은 것이다.
이들은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보수가 약한 비정규직에 내몰렸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6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78.6%, 70세 이상은 94.8%로 30대(29.0%), 40대(36.0%), 50대(46.8%)보다 훨씬 높았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노인빈곤율을 개선하려면 실제로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움을 되도록 기초연금 대상과 지원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며 “소득하위 70%에게 모두 주려 하면 극단에 있는 노인에게는 ‘언 발의 오줌누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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