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7일 저녁 대전 중앙로 유세에서 이렇게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괜찮아’, ‘안철수 대통령’ 등을 연호하는 시민들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광역시 동구 중앙시장을 방문, `걸어서 국민속으로` 마지막 날 행보를 이어가며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전=이재문 기자 |
안 후보에게 이번 선거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선거와 역사의 흐름은 항상 그냥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변화를 택했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택했다”며 “골리앗보다는 다윗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다윗’ 안 후보는 ‘기득권 골리앗’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에 맹렬히 맞섰다. 3월 초만 해도 10% 초반대 지지율을 맴돌던 안 후보는 당 경선 뒤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해 ‘양강 대결’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치원 논란’과 초반 TV토론 부진 등으로 휘청거렸다. 지난주엔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2위 경쟁을 벌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 기간을 맞았다.
위기를 맞은 안 후보는 배낭을 메고 국민 속으로 직접 걸어들어가는 ‘뚜벅이 유세’로 승부수를 걸었다. 대구, 부산, 광주, 서울을 거쳐 이날 충청과 대전까지 4박5일 동안 전국을 도는 동안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중계된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 시간은 총 50시간을 넘는다.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안 후보와 찍은 사진이 자발적으로 공유됐다. 지지율이 상승할 때도 20대 지지율은 20%를 넘기지 못했지만, 뚜벅이 유세를 시작하고선 안 후보 주변엔 다시 20, 30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는 이날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시작은 작았지만, 결과는 거대했다. 저는 감히 뚜벅이 유세를 제2의 안풍(安風)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심이 있었기에 국민께서 그것을 알아봐 주셨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도 오전 5시30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시작으로 오후 대전 중앙로를 걷고, 심야에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시민들을 만난 뒤 자정 페이스북라이브 방송으로 유세를 마무리했다.
안 후보 역시 광화문 유세에서 “모든 여론조사를 뒤엎는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국민의 손으로 기적이 일어난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저를 정치로 불러낸 청년들을 위해,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제 손을 잡아준 분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저를 지지하는 여기 모든 분을 위해 반드시 이기겠다”며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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