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내건 메모지. 각자의 꿈과 희망이 담겼다. |
지난해 4·13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에 분노한 청년층의 표심이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에 분노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이곳 노량진 고시촌을 찾는 학생들은 선거 등 특별한 날에만 관심 두지 말고 앞을 내다봐 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청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 당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청년 일자리 공약을 비판하는 동시에 말뿐인 공약보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지금처럼 ‘공무원 아니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바뀌게끔 노력해달라는 지적이다.
학생들로 북적이는 학원. 많은 곳은 한 교실에 200명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
몇몇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대부분 이미 학원 교실에 앉아 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을 준비한다는 한 고시생은 “올해는 기필코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다”며 “지금 선거보다 중요한 건 다음 달 치러질 시험”이라고 말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30대 후반의 중년 고시생은 “공약처럼만 된다면 더 바랄 건 없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이번 대통령은 다르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3년 차 공시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남성은 “대학생 때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큰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은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게 됐다”며 “우리를 이해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강의실이 가득 차 간이 책상에 않더라도 묵묵히 책을 펼쳐 들고 있다. 학생 대부분에게는 ‘투표날=평일’과 같은 개념으로 투표는 지난 4일과 5일 치러진 사전투표를 이용했다고 말한다.
반면 기성 정치인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으로 누가 되든 달라질 게 없다며 냉소적인 생각을 하는 청년도 있다.
이날 학원으로 향하는 공시생 커플은 “기대는 대통령이 아닌 나 자신과 서로에게 한다”며 “지금은 연인 사이지만 처음부터 누군가 먼저 시험에 합격하면 깨끗이 이별하자는 약속했다”고 말했다.
밖에서도 봐도 진지한 모습이다. |
노량진 컵밥. 저렴한 가격이 학생들 발목을 잡는다. |
노량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학원과 고시원이 산을 이루고 있다. 또 10층짜리 건물 전체가 학원인 곳도 있다. |
게임은 적은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
거리에는 다정히 손잡고 학원으로 향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또래들이 그런 것처럼 쇼핑하거나 심지어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못해 어색함이 느껴진다. 커플의 대화는 시험에 관한 얘기와 힘들다는 투정이 들리고, 쇼핑은 생필품 정도가 고작이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게임방을 운영하는 사장은 “홍대나 신촌 같은 유흥가와 비교할 게 되지 않는다”며 “잠시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길어야 한두 시간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사진·글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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