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11대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식엔 무대 배경, 연설대, 테이블 등 곳곳이 금색 봉황 휘장으로 꾸며졌다. 무대 상단에 ‘제11대 전두환 대통령 각하 취임’이란 글씨가 이목을 끌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권위적인 취임식이었다는 평가다. 취임식 도중 최규하 전 대통령 부인 홍기 여사가 눈물을 훔치고, 남편이 넘겨준 책자 봉투를 뿌리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무수한 뒷말을 남겼다.
‘보통사람’을 내세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부터 탈권위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목에 걸거나 어깨에 두르는 모습이 사라졌다. 직선 대통령인 만큼 장소도 체육관을 벗어나 국회의사당 앞 광장으로 옮겨졌다. 그는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을 ‘저’로 칭했다. 전 전 대통령의 ‘본인∼’과 대비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도로변에 시민을 동원하는 관행을 없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반국민 2만여명을 취임식장에 초청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관례상 단상에 앉던 장관 후보자, 청와대 수석 내정자를 아예 무대 아래에 앉게 했다.
오늘 탄생한 19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관심사다. 취임식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 등을 대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당선일이 취임일이 되는 ‘장미대선’으로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대폭 간소해질 전망이다. 취임식은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선거로 갈린 국민을 통합과 화합의 길로 이끌 치유의 메시지를 담는 게 우선이다. 장미 꽃말은 ‘사랑’이다. 편가름 없이 사랑으로 포용하는 새 대통령을 기대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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