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사태 후 젊은층에 인기 ‘쑥’ / 차기 대선서 보수 유력주자 될 듯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9일 아름다운 패배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까지 2, 3%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해 후보 사퇴 압박까지 받았지만 난관을 딛고 완주해 마의 5% 벽을 뛰어넘는 예상 밖의 성과를 올렸다. 선거 종반 12명의 ‘탈당파’ 의원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유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 후보는 새로운 보수를 만들 기반을 마련하고 차기 주자군에 이름을 올리는 ‘기회’를 얻었다. 동시에 지역적 기반이 없는 바른정당을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성장시킬 정치적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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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덕분에 완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11시30분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 후보는 이날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자의 승리가 확실해진 11시 30분쯤 여의도 당사에 들러 승복선언을 했다. 당사로 오기 전 문 당선자와의 통화로 축하인사를 했다는 유 후보는 “문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경청하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는 힘들고 때로는 외로운 선거였다”며 “저를 지켜준 국민 덕분에 끝까지 올 수 있었다”고 국민께 감사함을 표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유 후보는 전국적 인지도를 얻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바른정당 탈당 사태 전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 후보에 대한 인기가 상승한 점은 ‘새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유 후보에겐 최대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차기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유력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도 “희망의 싹을 틔워 언젠가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며 재도전 의사를 시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보수적통’ 경쟁에서 밀린 것은 유 후보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본인의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 홍 후보에게 밀린 것도 뼈아프다. 향후 선거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차기 대권 도전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성적이 유 후보 재도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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