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전국이 달아올랐다. 적지 않은 유권자가 눈길을 끄는 기발한 인증샷을 올리거나 자체 이벤트를 펼치는 식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끼리 당선자나 후보별 순위, 득표율을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며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도 많았다.
가족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이 9일 서울 은평구 진관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 인증샷이 쏟아졌다.
‘엄지척’, ‘브이’, ‘OK사인’, ‘손가락 네 개 혹은 다섯 개’처럼 지지 후보를 가리키는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손바닥과 손등에 기표도장만 찍은 사진들이 줄을 이었다. 기발함을 뽐내는 인증샷도 많았다.
문재인 당선자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유권자는 달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 인증샷을 올렸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의 경우 다함께 특정 지지 후보를 뜻하는 손가락 포즈를 취하거나 하트 모양을 만든 인증샷으로 서로의 정과 우애를 다졌다.
SNS에도 ‘#투표 인증 이벤트’라는 해시태그(검색 키워드)가 봇물을 이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트위터에 “오늘 투표 인증샷이 확인되면 생맥주 한 잔 무료로 드립니다. 선거방송 보면서 즐거운 시간 되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나연(오른쪽)과 지효가 9일 서울 강남구 청담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 팬들의 대선 투표 독려를 위해 이벤트를 합니다. 투표 인증샷이나 투표 확인증 사진을 보내주면 추첨을 통해 ○○ 사진이나 포스터를 드립니다”와 같은 식이었다. 또 인증샷을 응모하면 추첨을 거쳐 1등에게 최대 500만원을 지급하는 ‘국민투표로또’에도 수십만명이 응모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공연계와 극장가도 이벤트 동참에 나섰다. 전두환 정권 시절 보도지침 폭로사건을 주제로 한 연극 ‘보도지침’ 제작사는 9∼14일 공연 예매자에 한해 19%를 할인해 준다. 메가박스는 손에 찍은 투표도장이나 본인 얼굴이 나온 투표소 인증사진을 보여주면 6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쇼미 더 보트(SHOW ME THE VOTE)’ 행사를 진행했다.
한 유권자가 9일 투표를 마친 뒤 손등에 인주를 찍은 ‘투표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대선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각자 1만원가량 내고 1위 후보가 얻는 득표율을 맞히거나 후보별 순위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 이기는 식의 게임을 즐겼다.
당선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할지, 2위 후보가 누가 될지 등에 따라 정치 지형도가 달라지는 점을 감안, 당선자와 2위 후보 각각의 득표율을 따지는 내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지라시’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 유권자들도 꽤 많았다. 대선마다 출구조사 지라시가 시간대별로 득표율과 함께 돌았는데, 이번에도 ‘다음 대통령’을 먼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투표 종료와 함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본격 개표방송이 시작되면서 일부 호프집이나 치킨집 등은 친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목을 축이며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시민들로 붐볐다.
박현준·남정훈·박진영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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