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당선자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대통령, 국민 반쪽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지역의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것을 선거 결과를 통해 입증해 낸 셈이다.
문 당선자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표되는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촛불 대선’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촛불 민심이 원하는 개혁과제를 대선공약으로 담아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헌정사상 유례없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수습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국민에게 안정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고, 민주당의 약세지역인 영남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다.
역대 대선 결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 달리 문 당선자는 영호남에서 고르게 득표했다. 서울과 수도권, 충청과 강원 등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따돌렸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이탈한 50∼60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끌어당기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득표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이번 대선을 “1700만 촛불이 만들어낸 촛불대선”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증폭되던 지난해 11월 광화문 광장에 나가 촛불시민과 함께 박 전 대통령 퇴진 운동에 앞장섰다. 지난 10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높아진 정권교체의 열망은 촛불집회로 더욱 증폭됐다. 문 후보는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정권교체’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꾸준히 지적된 ‘불통’이라는 비판과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부각시킨 것도 이번 대선 승리에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문 후보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침묵을 마치고 존재감을 부각한 것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동조단식을 하면서다.
당내에서조차 ‘강경파의 장외 투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열흘 넘게 단식을 이어간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끝내 외면했던 박 전 대통령과 대조를 이루며 진보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당선 인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문 후보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압도적 정책캠페인을 통해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4·13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하고 대선 준비를 해왔던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조기 대선 국면을 ‘준비된 대통령’ 캠페인으로 시작했다. 인수위 없이 당선된 순간부터 대통령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여정부 5년간의 국정경험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각계 교수 1000여명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창립하고 정책마련에 돌입한 문 후보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을 일자리 공약, 권력기관 개혁, 재벌개혁 등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선 국면을 주도했다.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생활밀착형 공약인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시리즈를 32차례 발표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책경쟁이 실종되고 자칫 네거티브 선거전으로만 치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정부 청사 이전’ 등의 공약을 통해 정책 이슈를 부각한 점이 대선승리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