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난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입구에 당선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사진=연합 |
이곳은 38가구 100명 남짓 주민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외진 시골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문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에 온통 잔칫집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당선 소식과 함께 전국 유명 관광지역으로 변신을 하게 된 이곳 마을은 앞으로 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오전 마을입구 논에서 모판을 다듬고 있던 박순남(70)씨는 논물에 반쯤 잠긴 장화를 힘겹게 옮기면서도 방문객에게 친절하게 “문 대통령 생가가 바로 저곳입니다”라고 손가락을 가리켰다.
10일 오후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문재인 대통령 생가를 찾은 방문객들이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
박씨는 이곳 마을에서 5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어제처럼 기분좋은 날은 아마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박씨의 눈길이 머문 그곳은 마을어귀에서 20m 남짓 떨어진 새로 지은 3층 양옥집 바로 그 옆 명진리 694-1 조그마한 단층 슬레이트집으로 바로 문재인 후보가 태어난 곳 이라고 설명했다.
이 집은 대지가 60여㎡에 건평이 20여㎡로 앞쪽으로는 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야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형태여서 아담한 느낌을 주는 모습이었다.
박씨는 흙손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문 대통령이 우리 남편과 어릴때 같이 살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며 “그때는 참 어렵게 살았는데 지금 외진 이곳에서 그래도 대통령에도 나오니까 같은 마을사람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연신 문대통령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트랙터를 몰고 다가온 박씨 남편 주문배(75)씨는 이 동네 터줏대감으로 문 대통령보다 11살 많은 동네 형님이라며 문 후보가 살아온 그때를 감회어린듯 설명했다.
주씨는 문 대통령을 두고 초등학교 전까지 이 마을에 살았으나 이후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주씨는 우선 문 대통령 부모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6.25 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피난온 사람들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명진천’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고 전했다.
그 중 한 가정이 바로 문 대통령의 부모로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 문 대통령이 마을 어귀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 가족은 당시 피난민이라고 해서 빨갱이라고 부르는 다른 마을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 할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생가. 이곳은 문 대통령이 태어나서 처음 살았던 곳으로 현재 이웃 주민이 창고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연합 |
주씨가 안내한 문 대통령 생가는 지붕만 슬레이트로 교체한 뒤 대부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2년 전까지 문 후보의 탯줄을 잘랐던 추경순(88세) 할머니가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큰 아들과 함께 바로 옆에 3층 짜리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현재 문 대통령 생가는 추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지키고 있다.
고령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추 할머니는 주씨가 ‘문재인’ 이라는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자 흐뭇하게 웃으며 “내가 탯줄을 자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해 9월 거제를 찾은 문 대통령이 자신을 찾아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탯줄을 잘라준 우리 할머니”라고 소개를 했다고 말했다.
퇴직공무원으로 문 대통령이 이곳에서 머물 시절 어릴적 친구였다는 신해진(65)씨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어머니와 문 대통령 어머니가 가장 사이좋게 지냈다”고 자랑했다.
신씨는 “최근까지도 문 대통령과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며 힘을 합쳐 열심히 해보자는 말을 주고받았다“며 “통합대통령이 돼 투명한 국정 운영으로 두루두루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나라머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생가인 경남 거제시 명진리 남정마을 주민들이 9일 오후 8시 방송 3사의 공동출구조사에서 문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오자 "문재인"을 연호하고 있다.사진=연합 |
생가에서 길 건너면 바로 노란색 건물의 마을 회관이 있다. 이곳은 지난 2012년 대선때도 남정마을 사람들은 문재인을 상징하는 노란 목도리를 목에 걸고 이곳에 모여 대통령 당선을 기렸다.
마을 이장 김복순(54·여)씨는 “이웃동네와 외지에서 축하하러 오는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들어주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동네 인근에 800평 짜리 논을 준비해뒀다. 방문객들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김 이장은 “거제섬 전체 일주도로를 한바퀴 도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도 이곳 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 문 대통령이 배출이 돼 앞으로 ‘대통령 섬’ 으로 불리게 될 지경이라며 이곳 마을의 이장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지난 9일 오후 마을 공동기금으로 꿀떡과 소고기국밥을 200인분 마련했으나 출구조사가 나오면서 1시간만에 잔치음식이 모두 바닥났으며 권민호 거제시장도 마을회관에 나타나 주민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권 시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현재 거제시의 조선업이 침몰상태로 지역 전역이 초토화 되어있어 문 대통령이 이 어려움을 헤아려 해결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이장은 “10일에도 마을주민과 지지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풍물패를 동원해 잔치분위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창원=안원준 기자 am33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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