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적으로 반대했던 ‘탄기국’(국민저항본부-박사모)은 초상집 분위기로 비통에 빠졌다. 카페에는 분노가 서린 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세월호 리본을 달고 국민통합을 외친다’며 노골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대한민 집회를 계속 이어나가자’라며 부르짖기도 했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명했던 ‘가짜 투표용지’ 의혹을 말하며 대선 무효를 말하는 이도 있고, ‘태극기 군중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왜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4만2949표, 득표율 0.1%)의 득표가 적었는가’라며 대선 결과를 분석하는 글도 올라왔다. 더 나아가 ‘문재인을 탄핵하자’, ‘배신자 김무성, 유승민 때문에 대한민국이 좌파에 넘어갔다’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탄기국은 대선 후에도 태극기 집회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이자 탄기국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광용은 9일 탄기국 홈페이지에 ‘태극기여 하나로, 다시 하나로’라는 제목의 격문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지지로 나누어지 태극기 세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13일 대한문에서 다시 만납시다. 앞으로는 전략을 바꿉니다. 우리는 대장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통해 향후 계획을 살짝 공개했다.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는 9일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게시글 삭제 요청이 쇄도했다. 일베에는 사이트 회원들이 게시물을 신고하거나 삭제를 요청할 때 이용하는 건의게시판이 있는데, 출구조사 발표 이후 회원들이 ‘제가 여태까지 쓴 글과 댓글 삭제 부탁드립니다’,‘글 삭제해주세요. 관리자님’,‘글삭부탁드리오’, ‘내가 쓴 일베글, 문의 글, 댓글 모두 삭제해달라’ 등의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일베 회원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로는 보수 성향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인격모독, 명예훼손성의 글을 많이 올린 것에 대한 법적이 처벌이 두려워서인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의 게시글 삭제 요청 소식에 다른 일베 회원들은 “계정을 탈퇴할 것이지, 왜 글만 지워달라고 하느냐”, “지울거면 왜 올리냐”, “그렇게 욕해놓고 발빼는 거 보소”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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