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상원 법사위원회에 이 서한을 보내 코미 국장의 해고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성명에서는 “국민의 믿음과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며 “FBI는 존경받는 기관 중 하나이며, 오늘부터는 FBI는 사법기관 최고의 소중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인 해임 명분은 코미 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의회 증언을 정정한 데서 비롯됐다. 코미 국장은 지난 3일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보좌관 후마 애버딘이 기밀정보를 포함해 ‘수십만 건의 이메일’을 남편에게 전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FBI는 8일 상원 법사위에 보낸 서한에서 ‘아주 작은 분량의 이메일’이 전달됐으며, 나머지 이메일은 백업 파일 형태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다고 코미 국장의 애초 진술을 바꾸었다.
린지 월터스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나눠주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코미 국장의 해임에 공화당은 말을 아끼고 민주당은 반발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해임이 리처드 닉슨 정부의 몰락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특별검사의 해임에 버금간다는 비난이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할 구실을 원했고, 그가 그 구실을 제공했다”는 장문의 글을 톱으로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미 국장의 불법행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티모스 내프탤리 전 닉슨도서관 관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임명된 코미 국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였다. FBI 국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난 것은 1993년 빌 클린턴 정부에서 사임한 윌리엄 세션스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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