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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잘못된 구시대 관행과 결별…제왕적 권력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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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0 18:42:01 수정 : 2017-05-10 22: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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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선서로 본 국정운영 방향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시민에 손 흔들어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 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날인 10일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식전·후 행사와 의전 절차를 생략했다. 사실상 취임식장이 된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는 오전 일찍 간이의자 288개가 놓였다. 행정부, 의회, 유관기관, 초청인사 구분을 위한 팻말은 설치됐으나 5부 요인 등을 제외한 지정석은 없었다. 주 참석자인 여야 의원은 선착순으로 뒤섞여 앉았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도 막지 않아 휴대전화 등으로 사진을 찍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정오에 문 대통령 내외가 로텐더홀에 들어서자 국군교향악대는 팡파르를 연주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례 후 엄숙한 표정으로 연단에 나와 오른손을 들어 올려 헌법 69조로 정해진 취임 선서를 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2017년 5월10일 대통령 문재인.”

10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선서 후 문 대통령은 11분 남짓 원고지 15장 분량의 취임사를 낭독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취임사가 20여분에 달한 것에 비하면 짧고 간결했다. 내용면에서도 이전 대통령과 판이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 자주 등장하는 판에 박힌 단어를 찾기 힘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20회나 등장한 ‘행복’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때 19회, 이명박 전 대통령 때 10회, 노 전 대통령 때 8회 등장한 단골 키워드 ‘경제’는 단 1번 언급됐다. 이 전 대통령 때 14회나 언급된 ‘기업’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와 재벌개혁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문재인정부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취임사에 많이 등장했던 평화(17회)는 3회로 줄었고 북한(10회)은 아예 언급없이 ‘평양’과 ‘북핵’만 각각 1회 등장했다. 문 대통령 취임사에 많이 등장한 단어는 ‘역사(7회)’였다. 외교 관련, 미·중은 각각 1회 등장했으나 일본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과 ‘통합’을 국정기조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라져야 할 관행으로는 대통령제의 권위주의와 제왕적 권력을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며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선거 공약대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거듭 강조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취임사 말미에 문 대통령은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날 때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 여야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나 장관들이 차를 타는 곳까지 몰려들어 새 대통령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이 의전용 승용차에 타기 직전에는 한 시민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성준·김유나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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