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김정운)는 11일 가습기 살균제 유족 임모씨가 제조업체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세퓨는 임씨에게 3억692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퓨의 책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금은 생후 23개월에 사망한 망인에 대한 위자료와 피해자 아버지에 대한 위자료를 더해 산정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피해자에게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세퓨 제품을 제조·판매한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지난 2011년 폐업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회사 오모 전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오 전 대표는 본인의 자녀도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세퓨는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총 28명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퓨는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외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도 함유했는데 두 물질이 섞이며 독성이 크게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물질이 한데 섞였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연구된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오 전 대표는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기는커녕 두 독성물질을 섞어 제품을 만들었다”며 “세퓨가 판매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것이 두 독성물질의 배합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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