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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임금·근로시간·복지… 눈높이만 낮출 순 없잖아요?"

입력 : 2017-05-15 19:58:23 수정 : 2017-05-15 21: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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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일자리 미스매치… 고학력 백수 사상최대 / 4월 대졸이상 실업자수 60만9000명 집계 / 대기업·중기 임금격차 확대로 대졸 청년들 대기업 쏠림 심화 / 경기침체·정치 불확실성 여파 / 기업 상반기 채용 축소도 원인 /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급선무”
지난 2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4·여)씨는 아직 취업하지 못한 상태다.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지난겨울 인턴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실업자가 됐다. A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확인하고 있지만, 마땅한 채용공고가 올라오지 않는 상태”라며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친구들 대다수가 하반기 채용 기업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 사례는 특별한 게 아니다. 대학 졸업 이상 실업자 수는 6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다. 실업자 수가 치솟는 2월 이후에도 대졸 실업자수는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학력 백수’가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기업 간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대학 졸업 이상 실업자수는 6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큰 수치다. 통상 대졸 실업자수는 졸업과 함께 구직자들이 채용시장에 몰려나오는 2월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이후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이 늘면서 실업자 수는 점차 하향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올해 실업자 수는 이 같은 추세와는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지난 2월 60만2000명에서 3월 58만6000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4월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역대 4월 기준 대졸 실업자수를 살펴보면 2012년 39만8000명, 2013년 39만1000명, 2014년 47만9000명, 2015년 51만8000명, 2016년 51만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 만에 실업자 수가 5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졸 이상 실업률도 4.8%를 기록하며 전체 실업률(4.2%)보다 0.4%포인트 높았다.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우선 구인·구직 일자리의 불균형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청년층·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대졸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개 기업 중 올해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22.5%에 달했다. 반면, 채용을 늘린다는 기업은 11%에 그쳤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데에는 기업의 대내외 여건 악화가 영향을 준 때문으로 분석됐다. 신규채용 감소 이유로는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 악화가 예상됨’(34.2%)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며 “임금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여건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구직자들의 눈높이만 낮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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