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없어진 우리 생태계에는 멧돼지가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으며, 멧돼지의 도심 출몰은 이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가 되었다. 더욱이 농촌 지역은 해마다 옥수수, 고구마, 벼 등 연간 100억원대의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는다. 멧돼지 사례는 건전한 생태계 형성과 유지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유엔의 ‘제3차 생물다양성 전망 보고서(2010)’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20∼30년 이내에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
우리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복원하고자 노력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바이오경제 2030’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 세계경제의 상당부분을 생물산업 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산업의 핵심 소재는 생물다양성에서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의 절반 이상이 생물자원이다. 더욱이 이러한 생물산업 원료의 7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료의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원료를 대체할 국내 자생생물 발굴과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섬기린초, 장미과식물 등 국내 자생생물로부터 기능성 화장품의 소재를 발견하여 상용화에 성공, K-뷰티산업에 기여하는 등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유엔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한 5월 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기념하고 있다. 환경부도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5월을 ‘생물다양성의 달’로 지정하고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미래 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 속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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