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들이 반기를 들 우려가 있다. 만약 내년에 치러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될 경우 교육부-교육청 간 갈등이 재발화할 수도 있다. 새 정부의 지방교육자치 운영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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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원순 서울시장도 함께 참가했다. 연합뉴스 |
교육부와 교육청들 간 갈등은 교육자치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주민의 손으로 교육감을 직접 뽑은 건 2007년 2월 부산시가 최초였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모두 직선제로 선출됐다.
갈등이 표면화된 건 2010년 ‘민선 1기’ 교육감 중 6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늘리는 등 수월성 교육을 지향한데 반해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등 평등 교육을 주창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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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전야제’에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등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부담 주체를 두고 벌어진 갈등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들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압박했지만 교육청들은 누리과정이 박근혜정부 대선공약인데다 예산 자체가 부족해 편성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그 때마다 교육현장엔 혼란이 빚어졌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된 교육부-교육청 간 갈등도 박근혜정부 내내 이어졌다. 교육부는 수시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징계했고, 교육청들은 징계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2015년 말부턴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인 교육부에 맞서 진보 교육감들은 잇따라 거부 선언을 했고, 이 과정에서도 관련자 징계 등 양측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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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교육부 해체 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
올해만 해도 김복만 울산시교육감과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각각 학교 공사와 관련해 업자에게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직선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시·도교육감 10명이 법정에 섰다. 최근에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 교육감까지 포함하면 11명이다. 교육감 비서실장 등 측근 비리까지 포함하면 이는 더 늘어난다.
대선 직후인 지난 12일 서울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교육정책포럼에서는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교육 전문성보다 사회적 지명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우며, 교육감의 관심사 역시 교육보다 표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교육감 직선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교육위원회를 부활시켜 교육위원을 주민직선제로 뽑되 교육감은 간선제로 전환하는 방법, 또는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되 학부모와 교원 등만 참여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고전 제주대 교수는 교육감 권한의 조정과 교육분권 추진, 지방의회 통합형 교육위원회의 능률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대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호근 서울시의원도 “경험상 유권자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동시선거로 실시되는 현 교육감 직선제는 절망적인 제도가 아니다”라며 송 교수가 제시한 여러 대안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현행 주민직선제가 제일 나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묶어 함께 선거를 치르게 하자는 의견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러닝메이트제는 지방자치의 교육사무를 원할히 수행하기 위해 시·도교육감과 시·도지사 간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다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제조건으로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지시로 교육 분야 개혁의 첫 삽을 뜨면서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교육청 간 갈등은 교육부의 ‘백기 투항’으로 마무리됐다. ‘누리갈등’ 역시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국가부담을 명시한만큼 일단락될 전망이다.
전교조 문제는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새 교육부 장관의 성향에 따라 불씨가 될 수도, 일단락될 수도 있다. 당분간 교육청들은 전임자 징계 이행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징계 권고를 하지 않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앞으로 진보 성향의 새 정부가 펼칠 교육정책에 일부 보수 교육감들이 따르지 않거나,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지난번보다 진보 교육감 당선 지역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은 새 정부에게 과제로 남았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이 충돌할 때마다 교육 현장에 혼란이 찾아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새 정부 교육정책의 성패가 교육자치 운영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지난 18일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새 시대 새 교육을 그려본다’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고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교육자치에 관한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 입장은 지방교육자치 강화”라고 답했다.
이어 김 전 교육감은 “이명박·박근혜정권 아래서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진보 교육감들이 있는)시도교육청에선 교육을 바꾸기 위해 애써 왔다”며 “내년에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새 정부가 교육자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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