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 걱정을 덜어 줄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이 보고되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탯줄혈액(제대혈)에 뇌의 노화를 억제하거나 이미 노화가 진행된 뇌의 기능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성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탯줄혈액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찾아서 죽이는 기능도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치료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분자세포병리학 |
오래전 어린 생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교차로 연결한 연구에서 어린 생쥐의 혈액이 늙은 쥐의 노화를 억제하고 젊게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비슷한 실험을 통해 늙은 쥐의 혈액은 어린 생쥐의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어린 생쥐의 혈액이 노화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은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실험적인 문제점까지 거론되면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사람 신생아의 탯줄혈액에서 분리한 혈장을 늙은 쥐에 투여할 경우, 뇌기능이 젊은 쥐처럼 변한다는 것과, 특히 혈장에 존재하는 단백분해효소저해제(TIMP2) 물질이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장 탯줄혈액을 사용하는 대신 오직 TIMP2 성분만으로도 사람에게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만일 생쥐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서도 TIMP2만으로 뇌의 기능을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난치병 치매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만한 획기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작년 암을 가진 생쥐에게 사람 탯줄혈액에서 분리한 면역세포와 늙은 쥐로부터 추출한 면역세포를 투여해 비교한 연구에서는, 탯줄혈액의 면역세포(어린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고 죽이는 기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내 파란이 일었다. 어린 면역세포는 늙은 면역세포에 비해 암세포를 찾아 결집하는 기능도 더 뛰어났다. 훨씬 많은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결집하다 보니 당연히 암치료 효과도 더 좋았던 것이다.
탯줄혈액에만 이런 특징이 있는지, 아니면 어디로부터 유래하든 소위 ‘젊은 혈액’이면 이런 기능이 존재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탯줄혈액에는 이런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탯줄혈액을 이용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했다. 특히 탯줄혈액에 존재하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선두권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 새로운 연구 결과는 탯줄혈액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당연히 새 연구 방향에서도 우리나라의 분발이 요구된다.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탯줄혈액이 질병 없는 건강한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출 것인가. 10년, 20년 후의 세상이 궁금해진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분자세포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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