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는 절박한 국가 현안이다. 10%를 웃도는 청년실업률과 60%대 중반에 겨우 턱걸이한 고용률은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에 임하는 새 정부의 결연한 자세는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구호만 요란하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다. 왜 취업 사정이 악화하는지 근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 호황을 누리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 고실업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진 탓이 크다. 우리 경제는 2012년 이후 줄곧 연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연 3%대인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다. 이런 저성장은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강성 노조가 판치고, 온갖 규제는 천국을 이룬다. 그런 지옥 같은 기업 환경에서 투자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외면한 지는 오래다. 일부 중소기업인은 “뭣 하러 골치 아프게 기업하느냐”며 공장을 팔고 빌딩 살 생각을 한다고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 강성 노조, 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고용 장벽’이다. 새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면 이런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노동개혁이 시작됐다. 중도 노선을 걷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8월 말까지 행정명령을 통해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경제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동개혁을 일자리 만들기의 화두로 삼은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는 노동개혁과 규제 철폐에 관한 항목은 없다. 대기업의 등을 떠민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병을 낫게 하려면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대증요법으로 상황판 빈칸을 메운다면 병만 덧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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