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미소… 심각… 다양한 표정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두 번째 날인 25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여야는 이날 화가인 이 후보자 부인 관련 의혹을 놓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5·9 대선 직전인 지난달 이 후보자 부인이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중견 작가의 가필과 대작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지고 많은 작품이 양산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하객들이 작품과 관계없이 결혼 축의금같이 돈 봉투를 내놨다는데 사실인가”라고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턱도 없는 모함”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를 지켜보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너무 좀 거르는 절차 없이, 지금 질문하시는 분도 과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그렇게 정치공세하고 인격 모독하면 청문회 본래 취지랑 다르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반면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의원 시절 대한노인회 세제 혜택 법안을 내고 노인회 간부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제 인성이 굉장히 깡그리 짓밟히는 것 같은 참담한 느낌이 든다”며 “제가 국회의원 하면서 무슨 장사를 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날에도 제기된 아들 병역 면제와 관련해서는 “못난 자식을 둬서 미안하다”며 “저도 죄인된 심정으로 살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는 늦어도 8월까지 정상회담이 적어도 1번, 많으면 2번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기회를 잘 살려 정상회담 때 결실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햇볕정책을 펴기에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준안 통과 여부… 야당 입장 엇갈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배우자 위장전입과 당비 대납 등을 시인했고, 아들 병역면제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13명의 인사청문특위 위원 중 민주당 의원 5명은 모두 적격 입장을 밝혔다. 8명의 야당 의원은 일단 판단 유보 의견을 냈지만, 당별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제 1야당인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배제 기준으로 꼽은 ‘5대 비리(군면제·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중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시인한 만큼 이 후보자가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소속 청문위원들에게 “더욱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전입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섣불리 인준안 반대 당론을 정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고민이 깊어 보인다. 전남 영광 출신에 전남지사를 지낸 이 후보자를 향한 호남의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공격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 후보자를 잘못 공격했다가 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하지만 검증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의석 수를 고려할 때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다른 정당이 찬성하면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26일 보고서가 채택되면 29일 본회의에서 인준안 표결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차질이 생길 경우 31일 본회의 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선영·이재호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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