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5일 시민단체들이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통상 고소·고발사건은 형사부가 맡아 수사를 하는데 중앙지검에서 가장 강한 수사력을 지닌 특수1부에 맡겼다는 것은 검찰이 정 이사장 관련 의혹을 무겁게 보고 있음을 뜻한다. 특수1부는 국정농단 의혹 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기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부서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시절 최씨의 청탁에 따라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정 이사장을 직권남용·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정 이사장이 은행에 대한 감시·감독권을 남용해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공정한 인사권 행사를 가로막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수사한 결과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종범(57· 〃)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 이사장 등과 공모해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KEB 독일법인장으로 일할 당시 독일에 거주하던 최씨의 송금과 환전, 부동산 구입 등을 적극적으로 돕는 등 최씨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최씨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에게 이씨 승진을 부탁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향후 대통령 지시가 안 전 수석을 거쳐 은행으로 전달되는 중간 과정에서 정 이사장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특검팀이 정 이사장을 소환해 특혜 인사 의혹을 조사하긴 했으나 수사기간 부족과 증거 불충분 탓에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정 이사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인사 청탁 등 의혹을 재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최씨가 청와대의 힘을 빌려 인사청탁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한 정황이 이씨 사례 말고도 훨씬 더 많다고 본다. 검찰의 이씨 의혹 재조사를 계기로 국정농단 추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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