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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빌딩숲 떠나… 울창한 초록숲에서 온전한 힐링 속으로

입력 : 2017-06-28 20:00:00 수정 : 2017-06-28 19: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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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찌는 더위가 몰려오면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아직은 그늘이 우거진 곳에 들어가면 습도가 낮아 시원해 진다. 장마철이 되면 습도가 높아져 그늘의 시원함마저 사라진다. 짙은 초록빛으로 물든 산과 들을 즐기고, 바람에 실려 오는 풀향기를 맡으며 늦봄을 즐기기엔 휴양림이 제격이다. 더 더워지기 전에 자녀와 함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여유있는 숲나들이를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는 이맘 때 가볼만한 전국의 휴양림을 추천했다.

경기 양평 산음자연휴양림은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아 있어 텐트를 치고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전국 유명 휴양림에서는 짙은 초록빛으로 물든 산과 들을 즐기고, 바람에 실려 오는 풀향기를 맡으며 늦봄을 즐기기 좋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
◆힐링과 온전한 휴식을 꿈꾼다면

경기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은 나만의 공간으로 삼고 싶은 곳이다.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을 대표하는 힐링 주자는 더늠길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인도 편하게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온통 초록빛 세상인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숲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편백 군락지를 지나 해발 500m인 ‘HAPPY500’ 지점에 닿으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제암산 정상이 보인다. 임금바위, 병풍바위, 매바위, 요강바위 등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더늠길을 벗어나 등산로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더늠길은 한 바퀴 돌아오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외에 수변관찰데크로드와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며, 화·목·일요일에 무료 숲 해설(예약 필수)도 제공한다. 제암산자연휴양림에는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도 있다. 친환경적 공법으로 조성한 에코어드벤처는 연령에 따라 난도가 달라진다. 펭귄(어린이) 코스와 팬더(청소년) 코스, 버팔로(성인) 코스로 운영된다. 공중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고 네트에 매달리며 전진하다 보면 숲 속 탐험가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남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경남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227㏊에 이르는 편백과 삼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힐링을 약속하는 곳이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1998년에 문을 연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한 금산(681m) 동쪽 자락에 있어, 삼림욕과 함께 남해의 절경을 즐기기 좋다. 입구 매표소 옆 공용 주차장에서 맑은 계곡을 따라 400m가량 산책로가 이어진다.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는 어린아이도 쉽게 걸을 만큼 야트막하다. 산책로 입구에 있는 목공예체험장에서는 나무를 이용해 달팽이, 나비, 토끼 등 예쁜 나무 목걸이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책로를 지나면 멀리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3300여㎡에 펼쳐진 잔디마당은 다른 자연휴양림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로, 가족끼리 운동회를 해도 좋다.

◆울창한 숲에서 만나는 여유

백두대간 구룡령 아래 자리한 강원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은둔하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신비로운 불바라기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 담그고 세속의 짐을 덜어낼 수 있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조침령터널을 통과하기보다 홍천군 내면에서 구룡령을 넘는 방법을 추천한다. 구룡령 꼭대기에 오르면 백두대간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흘러간다. 첩첩 산줄기 중에 가장 높은 곳이 설악산 대청봉이다. 구룡령에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60m) 사이에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후천의 최상류다.

미천골자연휴양림 매표소를 통과한 후 숲속의집 제2지구, 야영장 등 미천골자연휴양림 시설물을 지나 계곡을 5㎞쯤 거슬러 오르면 숲속의집 제3지구에 닿는다. 여기가 불바라기약수터로 오르는 출발점이다. 입구에는 차량 차단기가 내려졌고, ‘불바라기약수 5.7㎞’ 이정표가 보인다. 경사가 완만한 임도라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불바라기약수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청룡폭포 상단 바위에서 흘러나온다. 거기에 긴 호수가 연결되어 폭포 중간쯤 암반으로 약수가 떨어진다. 약수를 만나는 암반은 철분 때문에 온통 붉은색을 띤다. 불바라기라는 이름은 ‘불 바닥’에서 나왔다. 철이 많은 미천골 곳곳에 대장간이 들어서 온통 불 바닥이었다고 한다. 물맛이 강해 목젖이 불을 삼킨 듯 뜨겁게 느껴질 정도여서 불바라기라고 불렸다는 말도 있다.

1991년에 개원한 전남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국내 유일한 난대 수목원이다. 민둥산이 될 정도로 황폐한 시절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깊은 상처를 받고 되살아난 것이 지금의 난대림이다.

완도 수목원 수변데크에서 본 풍경.
전남 완도수목원.
완도수목원은 총면적 2050㏊에 자생식물 752종을 보유했다. 난대림에서 자라는 수종은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동백나무 등 단풍이 들지 않는 상록활엽수다. 특히 붉가시나무는 완도수목원 전체 수종 가운데 60%를 차지한다.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중앙관찰로를 따라 아열대온실과 산림박물관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다. 아열대온실은 열대·아열대식물 500여 종이 전시된 곳이다. 마치 한지를 접어 만든 듯한 부게인빌레아 글라브라, 잎이 변해서 꽃처럼 보이는 틸란드시아 키아네아 등 신기하고 귀한 식물을 만난다. 아열대온실 윗길을 따라 제1전망대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UFO바위, 공룡바위 등이 있는 암석원을 지나 제1전망대에 닿으면 골짜기 너머로 바다와 해남 달마산의 뾰족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시 난대림을 걷고 싶은 이에게는 ‘푸른 까끔길’을 추천한다. 까끔은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산림박물관을 지나면 푸른 까끔길이 이어지는데,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숲이 빽빽하다. 땔감과 숯을 지고 완도 읍내에 팔러 가던 옛길인데, 계곡을 따라 1㎞ 정도 완만하게 이어져 음이온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산림환경교육관에서 진행하는 목공예 체험도 즐겨보자. 별자리 목걸이, 원목 손거울, 편백 연필꽂이, 자작나무 탁상시계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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