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남제현 기자 |
◆ 30년째 압박하고 대화해도 실효가 없다
노동신문은 5월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 전 공화당 상원의원 리처드 루거, 미국 최고의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북미 제네바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 등은 “최고의 긴장 상태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계속되는 핵무기 개발 및 사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선 대화만이 유일한 현실적 선택지”라며 “공식적인 협상의 선택지들을 탐색하기 위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비공식 양자 회담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존 메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오른쪽 첫번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오른쪽두번째)등 미 상원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남제현 기자 |
북한을 압박해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국과 이 은행 간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북한과 거래해온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의 국제금융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2005년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제재한데 따른 후폭풍에 직면했던 북한이 금융거래를 지속할 우회로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급자족 경제를 유지하는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국 대화도 압박도 제재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 불신에서 싹튼 북핵 딜레마 “어찌하오리까”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또 쌓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핵동결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합의를 북한으로부터 이끌어냈다. 하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의혹이 터지면서 폐기됐다.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7년 비핵화를 핵심으로 한 2.13 합의를 도출했지만 신고내용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으로 좌초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핵동결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담은 2.29 합의를 만들었지만 두 달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깨졌다. 북한 역시 대량살상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등 독재자들이 미국의 공격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을 알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상호 불신이 깊다보니 양측 모두 협상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행동을 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저녁(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에서 문재인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남제현 기자 |
협상이 어렵다면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가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미국은 다자, 독자 제재를 감행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핵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가지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을 이용해 제재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며 핵과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의 반체제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 부문 대표단이 북한을 자주 방문,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나 개발 성과 등을 교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기업들도 제재에 아랑곳 없이 핵 관련 장비를 북한에 판매하고 있다.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서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화도 제재도 효과가 없다면 남은 방법은 공습뿐이다. 1981년 이스라엘이 단행한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이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공습처럼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총동원해 평북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로켓발사장, 북한군 지휘시설 등을 동시에 타격해 북한의 전쟁능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의 민간 군사정보회사 스트랫포(STRATFOR)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탑재 잠수함과 7함대 소속 구축함 등이 참여해 정밀유도폭탄과 순항미사일 600기를 북한 핵시설을 향해 동시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제3의 장소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물질을 추출할 경우 영변 핵시설을 공습해도 북한의 핵능력이 100% 제거되지 않는다. 북한이 휴전선 일대의 장사정포로 우리나라를 공격하면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미국이 북폭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5월 29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무력) 충돌은 대부분 사람의 생애에서 최악의 전쟁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수백 문의 대포, 로켓포를 보유하고 있고 그 사정권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있다”고 말했다.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정밀유도 탄도미사일. 노동신문 |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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