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적인 출발에 비해 가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올 뉴 크루즈와 서울에서 강화도 일대를 동행하며 이를 분석해보고자 했다.
분명 차체와 실내용량이 커졌고 1.4L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했고 동급 최고 연비와 출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중형에 버금가는 469L 트렁크와 널찍한 뒷좌석 공간, 주행 내내 리터당 13㎞대 초반을 유지한 실연비, 안정적인 감속 성능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차급에서 보통 느끼기 힘든 묵직한 핸들링과 악셀, 단단한 승차감은 안전성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켰다.
다만 요소요소에 대한 호평에 비해 ‘크루즈’라는 차가 주는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한계로 여겨졌다. 좋은 차라는 건 알겠는데 어느 한 부분에서 확 끌리는 ‘한방’이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정책의 실패라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출시 당시 1890만∼2478만원으로 가격마저 탈 준중형해버리니 이를 비싸다고 느껴 윗 차급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등 소비자 외면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뒤늦게 기본형 가격을 200만원 인하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신뢰감만 잃고 분위기는 바꾸지 못했다.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사소한 부분들도 있다. 일단 트립, 주행거리 등을 표시하는 계기판 조작이 번거로워 직관성과 시인성이 조금 떨어진다. 문자를 읽어주고 발렛모드(비밀번호 보호)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는 터치 시 반응이 한 박자씩 늦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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