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호수 위 작은 섬처럼… 미지의 로마고대도시

관련이슈 박윤정의 원터풀 페스티벌

입력 : 2017-09-10 10:00:00 수정 : 2017-09-06 20:53: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르다호수와 시르미오네
이탈리아 시르미오네를 상징하는 로카 스칼리제라는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 중 하나였던 스칼라 가문의 성으로 시르미오네성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밤의 공연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진 격정의 오페라, 새벽까지 식지않은 열기에 잠 못 이뤄」
한낮의 평화   「베로나서 50분 이탈리아서 가장 큰 가르다호수 신비로운 고대도시서 평화 만끽」

전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곡이 울려 퍼지던 아레나(고대 원형경기장) 무대는 어느새 이집트 왕궁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대 원형경기장 내에 들어선 고대 이집트 왕궁이 원래 거기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무대장치가 화려한 오페라 특성상 매일 다른 공연을 상영한다는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원형경기장 위로 높게 솟은 크레인이 미리 지어진 세트장을 공연장 안팎으로 분주히 옮겨 놓는다고 한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전쟁, 두 나라 공주와 이집트 장군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아이다는 장엄한 개선행진과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로 유명하다. 장엄한 행진곡과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가 원형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별다른 음향장치 없이 고대 원형경기장의 특징만으로도 무대 소리가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되면서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오후 9시에 시작된 공연은 자정을 넘기며 이어졌고 아이다가 이집트 장관 라다메스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면서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나도 열기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축제기간 베로나는 밤을 잊은 오페라의 도시가 된다. 

다시 맞은 베로나 아침은 환한 햇살만큼 상쾌하다. 서둘러 가르다 호수로 향했다. 이탈리아 최대 규모 가르다 호수는 북쪽으로 트렌티노, 서쪽으로 롬바르디아, 남쪽과 동쪽으로 베네토와 접하고 있다. 호수 북단은 소나무로 빽빽한 바위 절벽들이 둘러싸고 있는 반면 남단 지역은 지대가 낮고 넓게 펼쳐져 있다. 다양한 스포츠 시설과 풍부한 볼거리, 눈 덮인 산맥의 광활한 풍경을 자랑하는 가르다 호수는 유럽 최고 휴양지 중 하나다. 여름철 휴양지로 각광받을 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유명한 온천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사계절 사랑받는 장소다.

베로나를 출발한 차는 양 옆으로 호수가 보이는 작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린다. 가로수길 너머 물결에 반사된 햇살은 나뭇가지에 맺혀 반짝인다. 긴 길을 따라 도로 끝자락 성 앞에 맞닿으니 시르미오네다. 베로나에서 차로 50여분 떨어진 작은 도시 시르미오네는 반도에 위치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마을 입구에 놓인 성 때문에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느껴진다.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호텔엔 호수로 이어져 있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호수를 발끝에 두고 바라보는 풍경에 여유와 한적함이 묻어난다.

성문 앞, 작은 다리를 지나가고자 하니 차량이 밀려있다. 그 앞 주차장은 넘쳐나는 차량으로 주차가 만만치 않았다. 한 바퀴 돌아보니 근처 호텔 주차장 넓은 공간이 비어 있어 마당에 주차하고 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냥 나설 수가 없어 잠시 쉴 겸 음료를 시켜 수영장 옆 야외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잔디 정원에는 호수로 이어져 있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호수를 발끝에 두고 바라보는 풍경에 여유와 한적함이 묻어난다. 물결이 다양한 얘기를 건네는 듯 일렁이는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을 잊은 듯 편안해진다. 어느 순간, 중세시대 마을로 온 것만 같다. 호수의 끝자락에서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호텔 수영장 옆 야외 테라스의 고양이들

호텔에서 나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경계선이자, 도시의 상징인 스칼리제라성으로 연결되는 작은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아름다운 호반 위의 중세마을 시르미오네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시르미오네를 상징하는 ‘로카 스칼리제라’는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 중 하나였던 스칼라가문의 성으로, 시르미오네성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세에 지어진 이 성은 주변에 높은 산과 언덕이 없고 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적들로부터 방어가 수월했다고 한다. 

중세에 지어진 이탈리아 시르미오네성은 주변에 높은 산과 언덕이 없고 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적들로부터 방어가 수월했다.
시르미오네성 망루에서 노는 아이들.
성 망루에 오르니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호수 안으로 길게 뻗은 독특한 지형과 호수에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중세 건물들이 어우러져 신비롭고 아름다운 매력을 자아낸다. 성 뒤쪽으로 내려가니 ‘풍경산책로’가 나온다. 시르미오네 반도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찰랑대는 호수의 파도가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주는 듯하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호수에 발을 담갔다. 너무나도 맑은 물 아래 잠겨 있는 내 발이 신기하기만 하다. 차가운 물을 텀벙거리며 몽돌을 밟으니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르미오네성 뒤쪽으로 내려가니 ‘풍경산책로'가 나온다. 시르미오네 반도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찰랑대는 호수의 파도가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주는 듯하다.
구시가지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작지만 재미있게 늘어서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있고 주위에는 다양한 언어로 오가는 대화가 들린다. 수많은 기념품점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골목길을 벗어나니 또 작은 광장과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오밀조밀한 골목길과 양쪽으로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구시가지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작지만 재미있게 늘어서 있다. 수많은 기념품점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골목길을 벗어나니 또 작은 광장과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시르미오네는 기원전부터 아름다운 호수 풍광에 이끌린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터전을 이루며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마제국 시기에도 귀족들의 휴양지로 이름을 알려왔다. 북적거리는 거리 끝에는 로마시대에 황제가 사용하던 별장 터가 있다. 작은 규모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멋진 별장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구시가지를 벗어나 북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기원전 2~3세기의 가옥 유적이 있다. 한적한 공원의 분위기와 함께 오래된 역사를 증명하듯 자리하고 있다.

베로나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일 트로바토레’

단테, 괴테, 바이런, 스탕달 등 유명인에게 아름다움으로 좋은 영감을 전했다는 가르다 호수를 뒤로하고 다시 베로나로 돌아온다. 석양이 질 무렵, 불그스레한 빛이 주위를 감싸며 호수에 어른거리니 몽환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이 밤의 오페라는 ‘일 트로바토레’이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청순&섹시'
  • 박보영 '청순&섹시'
  • 츄 '깜찍한 브이'
  • 장원영 '오늘도 예쁨'
  • 한소희 '최강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