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규모 손실을 입은 가운데 중국이 또 다른 보복에 나설 경우 중국 사업 철수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사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그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 직후부터 유무형의 보복에 직면한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한 데 이어 최근 3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매출은 거의 없지만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총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인데,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이 크게 부진한 데다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손인 중국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들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임차료가 인하되지 않으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면세점들도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따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사드 보복에 깊은 수렁에 빠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 1995억원에서 올해 2분기 826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해외부문 영업이익은 490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에서 신라면 등을 판매하는 농심은 올 상반기 중국에서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 신화를 쓴 오리온도 올 상반기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중국법인 인력 1만3000명 중 20가량을 감원한 상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한국법인에서는 퇴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계속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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