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 9일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정운영 부정 평가는 20.2%로 전달에 비해 7.5%포인트 상승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대북정책 및 안보정책 미흡(32.6%)이 가장 많았다. 전술핵 재배치 찬성 의견도 68.2%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향후 대북 기조 역시 ‘대화·타협론(50.1%)’과 ‘강경론(47.0%)’이 엇비슷했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 강경론이 16.5%포인트나 증가한 결과다. 사드 4기 추가 임시배치에 대해서도 ‘잘했다’는 응답이 79.7%로 부정적 반응(15.3%)을 압도했다.
이 결과로 보면 문 대통령의 강경기조 선회에 일반 여론은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드 임시 배치로 촉발된 진보진영 내 반발은 대북 정책 및 안보라인에 대한 신뢰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박근혜정부 때 그토록 부정하던 사드의 효용성 및 배치에 따른 부작용에 변함이 없는데 핵실험 강행만으로 사드 배치를 합리화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더 나아가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 특사 파견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다 지금은 아예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문을 닫아 건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그동안 신뢰해 왔다면 ‘지금 왜 저런 행보를 할까’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특히 김 의원은 대북 정책을 가장 잘 분석했다며 주간지 시사인의 남문희 대기자 페이스북 글을 추천했다. 이 글은 “문통은 지금 굴욕을 감내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가인 북한과 맞서 최소한 함부로 취급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라며 “기는 것뿐 아니라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주고 있는 것이다. 안보에 대해 무대책으로 살아온 이 한심한 나라를 갑자기 떠맡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특히 이 글은 “9년 전에나 통용되던 얘기들을 고장난 레코드 틀 듯 하면서 정말 대안없이 부화뇌동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안타깝다”고 최근 문 대통령 대북 기조를 비판하고 나선 일부 북한·안보 전문가들을 비판했다.
주말 북악산 등산 문재인 대통령이 토요일인 9일 오전 반려견 ‘마루’, ‘토리’와 함께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성곽길을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주말 등산은 비공개로 진행된 개인 일정이었지만, 시민이 포착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돌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연합뉴스 |
지난 7월 선보인 베를린구상이 일단 무위로 돌아간 문 대통령의 다음 구상은 이달 말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방러 이후 이날까지 사흘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사드 임시배치에 따른 여론 추이,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 등 현안 보고를 받으며 정국 구상에 집중했다. 또 문 대통령은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쳐진 북한 정권수립일이었던 9일에는 퍼스트도그인 마루, 토리와 함께 북악산에 올라 시민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해도 좋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냈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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