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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4차 산업혁명] 프라이팬 파는 언론사의 힘

입력 : 2017-09-25 10:00:00 수정 : 2023-11-12 20: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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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그 전주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의 복심인 왕치산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그 주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였고, 그 주제였던 ‘경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동향’에 대해 중 정부가 큰 관심을 보여 이 만남이 성사되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시점에서 미·중 두 정상의 최측근의 만남으로써 큰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난 8월 경질된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여전히 트럼프의 오른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경질 직후 그 전까지 자신이 이끌던 미국의 극우 매체 브라이트바트(breitbart.com)의 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브라이트바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언론이다. 2007년 설립되어 사실상 미디어 신생 벤처기업(Media Startup)에 가까운 이 매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 운동을 이끌고,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과 차별화를 내세우며 크게 성장하였다. 올 1월에는 미국 전체 웹사이트 중 트래픽 기준 45위를 차자, 47위의 폭스뉴스는 물론이고 50위의 허핑턴포스트, 53위의 워싱턴포스트(WP)를 눌렀다. 트럼프가 취임한 지 한달 후인 2월에는 무려 29위까지 상승했다. 설립 10년밖에 되지 않은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써는 놀라운 성장이다. 배넌 회장은 백악관에 있을 때보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자신의 투자은행을 설립해 미디어에 집중 투자했던 인물이다.

 

지난 7월29일 폭스뉴스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가 회장으로 있는 자선재단 에머슨 컬렉티브(Emerson Collective)가 애틀랜틱 미디어(Atlantic Media)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G. 브래들리 애틀랜틱 미디어 회장은 에머슨 컬렉티브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누가 160년 역사의 미국 보물을 관리할 것인가”라고 묻고는 “나에게 그 답은 로렌이었으며 이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옳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렌은 뉴스 스타트업 오지 미디어(OZ Media)에도 거액을 투자한 바 있다. 오지 미디어에는 론 콘웨이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거물급 투자자들이 참여하기도 하였다.

 

2012년에는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가 진보 성향의 주간지 더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과 업워디(Upworthy)에 투자했으며,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디미야도 거액을 들여 퍼스트 룩 미디어(First Look Media)를 설립하였다.

 

과거의 산업이라고 여긴 언론에 전 세계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실리콘 밸리와 정보기술(IT)·금융업계의 리더들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

 

그 중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WP 투자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3년 WP 인수 당시 해당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는 2600만명에 불과했으나 불과 2년 만에 7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디지털화에 크게 성공하였다. 아마존은 WP를 인수함으로써 IT업계의 생명인 ‘정보 전달’에 더욱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전달의 힘을 바탕으로 아마존의 두 핵심사업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의 빠른 확산을 이끌었다. 두 서비스는 클라우딩 저장과 영상 콘텐츠 같은 온라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킨들’ 전자책 도서관과 ‘총알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prime now) 같은 오프라인까지 아우르고 있다.

 

배경은 다르지만 온라인 미디어 브라이트 바트가 대중적인 정치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일으킨 것과 유사한 형식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 웹사이트 화면.

 

이러한 이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들은 전통적인 산업인 언론과 미디어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월간 경영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버즈피드(BuzzFeed)를 선정하였다. 버즈피드는 2006년 조나 페레티에 의해 설립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스 미디어다. 초기에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묶어서 제공하는 리스티클(Listicle)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온라인 독자 수를 빠르게 확보하다가 점차 뉴스와 자체 콘텐츠 기사 영역으로 넓혀 2015년에는 백악관에 등록되는 정식 미디어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방문자가 2억5000명을 넘었고, 기업가치 15억 달러에 이르는 강력한 언론기업이 되었다. 재밌는 점은 버즈피드 역시 브라이트바트와 WP랑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장악력을 높여나갔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부터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는데, GE 가전과 손잡고 ‘테이스티 원탑’(Tasty One Top)라는 프라이팬을 상품으로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정확히는 프라이팬과 휴대용 인덕션으로 구성된 제품인데, 그동안 버즈피드가 제공한 1700여개의 음식 레시피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연동해 조리를 하는 제품이다.

버즈피드(BuzzFeed)의 웹사이트 화면.

 

IT와 인공위성(AI), 자율주행 등으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 다른 주축으로 ‘정보 전달’과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으며, 많은 첨단 자본이 미디어 매체와 인적 네트워크에 몰리고 있다. 미디어가 단순히 홍보와 뉴스 전달의 목적에 국한되어 있던 시대가 저물고, 정보와 오프라인의 힘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신문과 언론이 SNS에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에도 정치와 금융, IT 리더들의 선택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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