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86) 할머니가 지난 2일 오후 부산진구 양정2동 이면도로에서 폐지가 잔뜩 실린 핸드카를 끌고 약간의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부산=전상후 기자 |
올해 86세된 임모(부산진구 양정2동) 할머니였다.
임 할머니가 폐지 실은 핸드카를 직접 끌기 시작한 것은 3년쯤 된다.
남편 김모(89)씨의 지병인 당뇨와 관절염이 악화하기 전에는 리어카에 실린 폐지를 고물상까지 운반하는 것은 할아버지 몫이었다. 그때만 해도 부부가 폐지를 모아 주당 두 번씩 리어카로 실어날랐기 때문에 월 18만∼20만원은 벌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지금은 혼자 소형 운반도구인 핸드카로 폐지를 모으다 보니 월평균 수입이 고작 6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임 할머니는 핸드카 끄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임 할머니가 지난 2일 오후 부산진구 양정2동 이면도로에서 폐지가 실린 핸드카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힘에 겨운 지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있다. |
정부에서 주는 기초연금으로는 남편 약값에다 사글세를 떼고 나면 난방비와 식료품비 등 생활비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임 할머니는 “영감이 혼자 움직일 수 있었던 3년 전만 해도 힘은 들어도 그런대로 종이 줍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 하려니 힘만 들고 돈도 안 된다”며 “그나마 영감이라도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가면 좋으련만 요새는 혼자 기동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남편도 살펴야 하고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폐지수집하는 분들 중 65세 이상 되는 어르신이 몇 분이나 되느냐”고 물어보자 임 할머니는 “한 삼사십명은 족히 될 것”이라며 “보기는 안스러울지 몰라도 손벌리지 않으려고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사거리 인근 한 자원재활품센터서 앞에서 8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폐지가 가득 실린 핸드카를 밀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부산=전상후 기자 |
이 할머니는 20여 m 전방에 있던 재활용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달려와 핸드카를 물려주고 나서 겨우 한숨을 돌리는듯 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사거리 인근 한 자원재활용센터 앞 오르막길에서 핸드카를 힘겹게 몰고 올라가던 할머니가 재활용센터에서 달려나온 할아버지에게 핸드카를 물려주고 나서 숨을 고르고 있다. |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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