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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의 길, 애리조나주립대 ‘실용주의’ 보라”

입력 : 2017-11-13 03:00:00 수정 : 2017-11-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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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국 대학 설계’ 펴낸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 입학 문턱 낮추고 융·복합 인재 등용 / 크로 총장 15년 혁신 노하우 담아 / 국내 대학들도 4차 산업혁명 대비 / 대학별 특성 살린 ‘재개념화’ 착수를
“우리 대학들의 내일은 물론 모레까지 준비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한석수(58·사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지난 1년여간 ‘새로운 미국 대학 설계(Designing the New American University)’ 번역에 매달려온 이유다. ‘성공적인 대학 개혁 모델’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이클 크로 총장의 혁신 방향과 노력, 성과를 담고 있다.

한 원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리조나주립대의 지난 15년간의 혁신 모습은 “평등주의적 능력·실용주의를 실천한 공립대학”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로 총장은 2002년 취임 이후 이전의 막연한 하버드대학교 ‘따라하기’를 벗어나 공립대학에 체화했던 평등주의 신조와 실용주의 뿌리를 살리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해 미국 대학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크로 총장의 혁신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둬 미국의 제일가는 혁신 아이콘이 됐다는 게 한 원장의 평가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소수자 집단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학 문턱을 낮추고, 융복합 학문 업적이 뛰어난 연구자를 초빙해 대학 내 유망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했으며, 기술혁신과 창업 교육을 통해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혁신이 한국 대학들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 원장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립대는 미국 구글X의 아스트로 텔러 대표가 제시한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내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체계)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그는 “한국과 미국 고등교육의 탄생 조건과 발전 과정, 비전과 목표는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학문적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 확대, 학문의 융·복합화를 통한 실용적 연구개발 체제 조성, 과감한 도전과 기술혁신은 시대·지역·환경까지 뛰어넘는 영원불변의 대학 개혁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 원장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는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재직 시절(2013∼2016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바람직한 대학구조 개혁 방안을 고민하다가 크로 총장의 혁신안에 공감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미국 대학들의 동향을 파악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됐다”며 “변방의 대학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이끈 크로 총장의 리더십과 개혁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우리 대학들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성원 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해당 대학의 특성에 맞는 ‘재개념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들이 자율성에 근거한 단위 구조조정이나 대학 간 연합, 통폐합을 통해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내일이 아닌 내일 이후 모레까지 염두에 두고 개혁을 차분히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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