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폭증의 동력은 뭘까. 가축이나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제조 방식에서 증기나 전기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으로 생산성이 크게 올라간 처음 두 번의 사건은 이해가 쉽다.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의 도입으로 출현한 ‘계산력’이 생산성 폭증의 연료였다. 공장자동화를 가능하게 했으니까. 그럼 지금 새로운 생산성의 폭증을 일으키는 연료는 뭘까.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DT(Data Technology), 즉 데이터 기술이 미래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인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연료라는 것이다. 글로벌 주가 최상위 10대 기업의 면면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처럼 대부분 데이터 기반의 기업인 것을 보면 마윈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데이터를 다루는 전략이 필요한데 두 가지 문제가 등장한다.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것이 그 하나이고, 만들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다른 하나다.
우리나라는 첫 번째 측면인 데이터의 생산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공공 데이터의 공개도는 세계 최상위다. 데이터 공개의 표준이 부재한 데다 공개 데이터의 질에서 아쉬움이 크고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데이터의 생산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만들어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서는 첩첩산중이다. 당장 데이터 사이언스를 위해 필요한 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비식별 정보까지 개인정보보호의 범주에서 규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탓이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실업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인 시대이지만 신생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좋은 학생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청탁 아닌 청탁도 자주 받는다. 여러 분야의 전공자를 재훈련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별도의 융합 교육 과정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통계, 전산, 수학 등의 기본 과목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의료나 금융 등의 특정 영역에 대한 도메인 지식도 필요하므로, 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참여하는 융합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
최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특위가 발족됐다. 각계의 의견을 듣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할 틀은 마련된 셈이다. 이런 새로운 논의와 정책 결정의 틀을 잘 활용해 우리나라가 당면한 시급한 숙제 두 가지인 데이터 마인드를 가진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과감한 규제 제거를 통해 다양한 혁신의 시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또 한 해를 맞은 신년의 소망인 셈이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