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 열풍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지극히 낮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지지층으로부터 인기를 받았던 추 대표도 이 문제에 대해선 말을 극도로 아낀 셈이다.
당 관계자는 “가상화폐나 부동산 모두 올해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어떻게든 진화를 해야 하는 사안들”이라며 “특히 가상화폐는 잘못 건들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추 대표의 말처럼 (당에서) 직접 나서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1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시작 전 SPC그룹 계열사인 제빵업체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구입해 시식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정부 쪽 인사들도 최근 당 정책위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필요하면 당정 협의를 통해 정리하기로 했던 가상화폐 문제는 일단 정부(총리실)가 교통정리하는 것으로 선을 그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당정 협의 일정을 잡고 있지 않다”며 “어제와 같이 정부가 필요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폐쇄라는 극단적인 카드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정제되지 않은 당내 발언들로 불필요한 혼란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는 여권의 오래된 과제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강남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 한정된 현상으로 일축하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불거지지 않을까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이나 개발 호재를 노린 투기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정지역의 과열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있으므로 투기차단 및 시장안정성을 위한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투기수요는 근절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부동산거래관련 세금탈루행위, 불법청약, 전매, 중개행위, 호가 부풀리기 등 주택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과열이 지속될 경우에는 보유세 강화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보유세 인상은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된 만큼 선거를 앞두고 투기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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