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대형참사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참사의 저변에는 이런 안이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고의 원인과 피해가 커진 이유 등을 들여다보면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이 어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화기 구입하는 시민 최근 경남 밀양 등지에서 잇따라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해 시민들의 안전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29일 서울시내 한 소방설비 전문업체를 찾은 시민이 가정용 소화기를 고르고 있다. 남제현 기자 |
2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에 발생해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화재는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 구조작업이 지연됐다. 동파를 우려해 소화전을 잠가둔 게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펌프차에 수관을 추가로 연결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사망자 29명),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여관 화재(〃 6명), 26일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 39명) 역시 일상에서는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고 눈 감아온 요소들이 결정적인 순간 화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소방점검을 내부 직원의 ‘셀프 점검’으로 엉터리로 진행했고, 종로 여관은 비상구가 잠겨 있어 희생자들의 탈출을 가로막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주의와 무관심이 쌓여 대형재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꼬집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법적·행정적 대책 마련과 함께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인식 수준을 높이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어릴 때부터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이수토록 하는 등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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