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이 운용중인 P-3CK 해상초계기. 해군 제공 |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해상작전헬기 추가 도입 사업이 주춤하면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사, 미국 록히드마틴사 등 해상작전헬기 제조사들이 관망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에 참여할 후보기종으로 거론되는 미국 보잉사의 P-8A 포세이돈과 스웨덴 사브사의 소드피시(swordfish)는 물밑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 제3국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수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 “탐색은 끝났다” 물밑 경쟁 본격화
보잉사와 사브사는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보활동을 펼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양측은 P-8A와 소드피시의 특성을 적극 홍보했다. 군과 방산업계 관계자들도 양측의 부스를 드나들며 관심을 표명했다.
양측은 지난 6~11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도 활발할 홍보전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우리나라의 해상초계기 사업과 관련이 없지만 세계 각국의 군 관계자와 군사전문가, 기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자사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바람몰이’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 P-8A 해상초계기가 해상을 향해 어뢰를 투하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
스웨덴 사브사의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해안을 감시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브 제공 |
시장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세간의 시선이 엇갈리면서 다양한 평가와 억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도 홍보 과정에서 “비용 측면에서 P-8A를 구매하는 것과 별 차이 없다” “완성된 기체가 아니라서 구매 의향 국가도 없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브사는 이에 대해 반박하면서 ‘준비된 항공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브사 관계자는 “B-737 항공기보다 작은 비즈니스 제트기를 쓰는 소드피시가 P-8A와 가격이 비슷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방위사업청의 예산 규모대로라면 한국 해군은 소드피시 10대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체가 없는 항공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에어쇼 기간에 5~6개국과 소드피시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사브사보다 한발 앞서 해상초계기 시장에 진입한 보잉사는 ‘검증된 성능’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합의된 ‘미국제 첨단무기 구매’ 목록에 거론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합참 주관으로 열린 합동무기체계 소개회에서 보잉사는 P-8A를 소개했다. 보잉사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도 B-737을 비롯한 민간 항공기와 함께 P-8A를 홍보하며 에어쇼를 찾은 각국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도 싱가포르 에어쇼가 열린 창이 국제공항에 P-8A를 전시해 관람객들을 모으면서 보잉사를 측면 지원 했다.
◆P-8A 우세 점치지만…소드피시 공세 변수
군 안팎에서는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에서 P-8A의 우세를 점치는 기류다. 특히 지난해 11월 9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첨단 미국제 무기 도입과 관련해 “앞으로 대잠 항공기인 P-8 정도가 얘기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한국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 미국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기류가 강해졌다. 우리나라가 P-8A를 도입하게 되면 대당 가격과 운영유지비 하락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해군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P-8A 해상초계기가 시험비행을 마치고 비행장에 착륙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
문제는 가격이다. 첨단 장비를 많이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대당 가격도 노르웨이는 2억3000만달러(2505억원), 인도 2억6200만달러(2853억원), 영국 3억2000만달러(3485억원), 호주 4억6000만달러(5009억원)에 달할정도로 비싸다. 각국의 도입비용이 다른 것은 자동차 구입 시 옵션을 선택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처럼 P-8A도 예산 규모에 따라 탑재장비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형 해상초계기 사업 예산이 2조원에 못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첨단 탑재장비 상당수가 제외된 인도나 노르웨이의 전례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첨단장비 탑재가 이뤄지지 못한 채 P-8A 도입이 이뤄질 경우 ‘반쪽 도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소드피시의 대당 가격을 2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연료를 한 번 공급받으면 승무원 7명을 태우고 최대 12시간 동안 9600㎞ 비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360도 감시 기능을 갖춘 첨단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민간선박들이 드나드는 항로를 감시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브 제공 |
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고, 남중국해 분쟁으로 해상 경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해안경비대나 해군에서도 도입 가격과 운영유지비가 저렴한 유럽제 터보프롭 항공기나 해상작전헬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보잉사는 지난해 자사의 제품 목록에서 MSA를 제외해 사업을 접었다.
일각에서는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의 승자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아메리칸 스탠다드’라 불릴 정도로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았던 공군에도 A330 MRTT 공중급유기와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도입되는 등 우리 군 내에서 유럽제 무기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군의 경우 프랑스 탈레스사 전투체계나 영국 이탈리아 합작사인 레오나르도사의 AW-159 해상작전헬기, 독일 HDW사 214급 잠수함 등 유럽제 무기를 많이 도입했다. 우리 군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충분한 성능을 보장한다면 소드피시가 승리할 여지도 충분하다. 반면 보잉사가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며 비용과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제안을 한다면 P-8A가 승리할 가능성도 있어 이르면 올해 말로 예정된 기종선정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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