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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무너진 안희정의 ‘31년 정당인 탑’

입력 : 2018-03-06 06:00:00 수정 : 2018-03-06 10: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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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톡톡] 안희정, 비서 성폭행 의혹…충남지사 사퇴
두 시간. 여권의 유력 대권 잠룡으로 꼽히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31년 정당정치인’ 경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5일 오후 8시 JTBC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고, 오후 10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안 지사를 당에서 제명했다. 지난 민주당 19대 대선후보 경선 내내 자신을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공천을 주지 않아도 승복하고 당을 지킨 천연기념물”이라고 소개했던 안 지사는 그렇게 당과 이별했다. 이에 약 3시간 뒤인 6일 오전 1시, 안 지사는 도지사직 사퇴와 함께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시작은 안 지사의 정무비서(6급) 김지은씨의 폭로였다. 김씨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말부터 8개월 동안 네 차례의 성폭행,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안 지사의 당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해 수행비서로 일했고, 올해 초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안 지사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 운동에 지지를 표명하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오전 도청 문예회관에서 직원과의 대화 중 성범죄 피해자의 ‘미투(#Me too)’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날 오후 안 지사의 정무비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안 지사에게 수개월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 제공
김씨는 인터뷰에서 안 지사가 지난달 말 그간의 성폭행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자신을 또다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지사가 지난 2월25일 미투 운동이 한창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그(성폭행)에 대해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미안하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날까지도 성폭행이 이뤄졌고,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전면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안 지사 측은 “부적절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JTBC에 해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안 지사 측의 해명에 대해 “저는 안 지사와 합의를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며 “안 지사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에 맞춰야 했다. 제가 원해서 가진 관계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부) 표현을 했다. 저로서는 (안 지사의 성폭행에) 머뭇거리며 ‘어렵다’고 말한 것이 최대한의 방어, 거절이었다”며 “안 지사는 그것을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뉴스룸 캡처
김씨는 자신이 방송을 통해 폭로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제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실제로 제가 (방송) 이후에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저를 조금이라도 지켜주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막고 싶었다.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며 안 지사에게 당한 피해자가 자신뿐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씨는 안 지사를 6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성폭행 파문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추 대표는 김씨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1시간가량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희정 도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 다 제 잘못”이라는 글을 올리며 도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안희정 페이스북 캡처
이에 안 지사는 6일 오전 1시경 페이스북에 “일체의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라며 충남지사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모든 분께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라며 “(JTBC에 해명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며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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