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설정 단추는 기존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거래의 기술’에 맥이 닿아 있다. 그는 거래의 기술과 관련해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며 “목표를 높게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진을 거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잇따라 발표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관세 부과와 북·미 정상회담 제안 수락 방침도 이런 시각의 연장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시에 기존 엘리트를 인정하지 않고 지지층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유럽연합(EU) 등의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꺼이 제조업 종사자들을 향해 손을 내민 것이다. 기존 질서 파괴 속에 대선 당시 지지층을 겨냥한 약속이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더 강력한 파격이다. 북한과 접촉은 그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정권이 주도했으며, 그나마 북한과 직접 접촉한 인사들도 전직이었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힘든 상식의 파괴에 해당된다. 그간 북한은 적성국가이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방해가 되는 나라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이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사례에서도 당선 이후 지지층을 겨냥한 약속은 지킨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주창했던 무슬림 일시 미국 입국 금지와 미국 제조업 부활 약속 등은 일부 형식을 달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부동산재벌과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살아오면서 거래의 기술에 능통하다는 이미지 구축에 몰두했다. 그가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내 보일 협상 내용과 태도가 유독 관심을 사는 이유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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