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이날 오전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최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본인이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할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것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비판성명이 잇따른 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과 채용비리 등을 두고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 1월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정면충돌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특혜대출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니 회장 선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를 무시하고 절차를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해버렸다. 최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 사람들이 (금감원) 권위를 인정 안 하려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대립과 갈등의 프레임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금감원장이 패배한 꼴이 된다. 금감원 내부의 기류는 험악하다. 금감원은 최 원장 사임에도 ‘특별검사단’을 가동해 시시비비를 가릴 태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물러났다고 검사를 중단하면 바터(거래)한 것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결과에 대해 금감원은 보다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하나금융에 튈 ‘불똥’이 얼마나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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