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에서 출토된 토기에서 달을 연상한 것도 신선했다. 파손이 덜 돼 둥근 모양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 건 보름달, 반쯤 깨진 건 반달이었다. 토기 표면의 얼룩은 울퉁불퉁한 달 표면과 꼭 닮았다. 깨진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늘어놓고 보니 시간에 따라 달이 부풀어가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프로젝트展 월月:성城’의 전시품들이다.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여느 문화재 전시회와 다른 건 예술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사진 작품이기 때문일 터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대상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별전의 전시품들을 보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출연해 화제가 된 ‘인면조’가 떠올랐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출연자 중 하나인 이 상상의 동물은 개막식 공연의 인기 스타였다. 고분벽화의 소재로만 볼 때는 느끼기 힘들었던 친근함에 나중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 소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맥락에서 소개되느냐에 따라 문화재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다.
긍정적인 결과물을 두고 말해서 그렇지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산물인 전통과 문화재를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과 방식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건 오래된 고민의 지점이다. 멀리는 수 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 앞에서 과거를 떠올리는 건 쉽고 익숙하다. 유물이 품은 시간 자체가 주는 경이와 엄숙함이 크고 거기에 조금의 공부와 시간을 투자하면 우수성, 아름다움까지 알게 된다.
그러나 문화재는 그저 옛날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지금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것에 맞는 의미를 확장해가야 한다. 그래야 문화재가 살아온 시간 만큼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리는 것뿐 아니라 현재의 의미를 더해, 미래의 가능성을 전망해 가는 것, 깊은 고민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
1000년이라는 시간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은 예술적 상상의 유쾌한 결과인 레고와 토우의 결합, 이런 담대함이 과거에 대한 보다 엄정한 탐구와 함께 더욱 활개치기를 기대한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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