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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쓰레기 대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재활용업체 관계자든, 폐기물 전문가든, 담당 공무원이든 말끔한 분리배출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비닐은 소재가 저렴하고 다른 플라스틱보다 품질이 떨어져 가뜩이나 경제성이 없는데, 여기에 잔재물을 걷어내느라 인건비까지 들어가니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우왕좌왕하는 환경부 모습을 보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비닐 같은 느낌이 든다. ‘쓰레기 대응방안’ 발표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이 그런 단면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5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3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수도권 재활용쓰레기 문제 대응방안을 안건으로 올리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내용을 직접 브리핑하려고 했다. 이 계획이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된 건 전날 오후 3시반. 그런데 여섯 시간 만에 브리핑 취소 알림이 왔다. 이 총리가 “현장에서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게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애초 방안에는 아파트 폐비닐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과 생산자 책임 강화, 대형마트 등 유통단계에서의 대책, 분리배출에 관한 소비자 인식 제고 등 재활용 종합대책(5월 발표 예정)의 밑그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단계별로 어떻게 접근할지,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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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큰 틀’이지 ‘설익은,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할 만하다. 환경부가 지난 2일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음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속이 꽉 찬 대책을 마련했을까 의문이다.
환경부는 일주일 전에도 별 내용 없는 미세먼지 보완대책으로 호된 질타를 받았다. 2일 대책도 현장 업체들과 충분히 합의하지 않은 채 전화로 나눈 말만 철석같이 믿고 ‘이제 정상 수거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그래놓고 또 임기응변에 나선 것이다.
쓰레기 대란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탓에 빚어진 일이 아니다. 민간 시장에만 맡긴 아파트 폐기물 처리,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난맥상, 일회용품 감량 정책 부재 등 10여년 전부터 제기된 여러 문제를 땜질로 버텨오다가 급기야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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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로 사회부 기자. |
환경부는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재활용 정책에서 버릴 것과 다시 쓸 것, 새로 도입할 것 등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깔끔하지 못하면 폐기물 취급받는 건 비단 비닐봉지만이 아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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