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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트럼프, 남북정상회담 후 운전석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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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5 09:15:36 수정 : 2018-04-25 09: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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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1월 말에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것은 김정은이고,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수석에, 트럼프 대통령은 뒷좌석에 앉아 있다”고 평가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운전을 잘하도록 끼어들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도 박수를 보냈고, 한국의 중재로 북·미 정상회담 제안이 오자 이를 즉석에서 받아들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축복’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삼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가 뒷좌석에 남아 있지 않을 게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 전문 뉴스 채널인 CNBC 방송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분명히 운전석에 앉으려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타결하는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어 한국과 일본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I)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아 있는 중대한 의문점 중의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위험 표지판

CNBC 방송은 이날 다니엘 데이비스 객원 해설위원의 기고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거나 핵무기 포기의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 또는 주한 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이런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고,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기 속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가 지난 2월8일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데이비스 해설위원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국은 강력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해도 한·미 양국의 군사력과 미국의 핵전력에 대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보다 절대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타결 압박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북한은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화됨에 따라 갈수록 심한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협상 타결이 절박한 쪽은 트럼프가 아니라 김정은이고, 시간은 트럼프 편이라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의회 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협상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보다는 일본이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짐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부분적 비핵화 또는 핵 동결로 결론이 나면 일본이 가장 큰 위험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사이 좋았던 5개월 전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제거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쇼프 연구원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4.27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이익을 지키려 들 것이나 일본은 아직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훼손하는 협상안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트럼프의 최종 선택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이날 에릭 고메즈 케이토 연구소 분석관의 기고문을 통해 4.27 남북 정상회담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틀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메즈 분석관은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아무리 성공적으로 끝이 나더라도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의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겠지만, 트럼프는 한·미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메즈는 “현재로써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하고,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하는 게 현실적인 가능성이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트럼프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한·미 통상 현안과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놓고 문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 확실하다고 그가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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